‘비상경영’ 나선 신동빈-정용진, 재도약 키워드는 ‘비용 절감’

입력 2024-08-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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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ㆍ고금리 속 유통업계 부진 및 주요사업 업황 악화 '직면'
롯데 이달부터 비상경영…신세계도 성과보상ㆍ구조조정 가속도
하반기에도 비용절감 방안 지속…"계열사 합병 등 다각도 검토"

(이투데이 그래픽팀/손미경 기자)

유통업계 '양대산맥'인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올해 들어 잇달아 '비상경영'을 선포한 가운데 하반기 반등 가능성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수익성 개선을 위한 조직 내 긴장감 조성과 새 먹거리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산하 주요 핵심 기업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최근 실적을 발표한 롯데쇼핑과 신세계백화점 등이 2분기 예상보다 호실적을 내면서 선방했다는 평가다.

신세계그룹의 캐시카우인 이마트의 2분기 실적 발표는 13일로 예정된 가운데 고물가ㆍ고금리에 따른 소비심리 부진을 얼마나 극복했을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여기다 신세계그룹은 이커머스와 건설 계열사의 적자 폭을 줄였느냐가 관건이다. 롯데그룹도 유통부문과 함께 그룹의 투톱 대들보인 화학업종의 불황과 롯데지주 등의 신용등급 회복이 과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두 그룹 총수는 일제히 비상경영 카드를 꺼내들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7월 열린 하반기 VCM 회의에서 '위기' '책임론', '새 먹거리' 등을 강조하며, 이달 초 그룹 컨트롤타워인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비상경영 체제를 공식화했다. 롯데의 비상경영 선언은 신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불거진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그룹 내 계열사 사업을 재검토하고 발생 가능한 리스크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게 신 회장의 구상이다.

이에 롯데그룹은 수익성 개선이 절실한 일부 계열사를 상대로 비용절감을 위한 선제 조치를 단행했다. 롯데면세점은 잠실월드타워점 매장 축소와 사업부 구조 개선에 이어 이달 말까지 근속 10년 이상 직원(만 43세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롯데케미칼도 출장예산 감축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롯데지주 뿐 아니라 계열사 임원들도 '주 6일 근무제'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등 비상경영에 따른 긴장감이 그룹사 전체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회장 취임 이후 외부활동을 최소화한 채 그룹 내 긴장감 조성과 실적 중심의 비상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정 회장은 임원 중심의 '신상필벌 경영' 기조를 확고히 다지는 분위기다. 임원 급여에서 기본급을 낮추고 성과급 비중을 최대 50%까지 높이는 '성과중심 보상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정기인사 시즌이 아님에도 이커머스와 건설사 등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CEO을 경질하는 인적 쇄신도 단행했다. 특히 이마트 등 주요 계열사들도 실적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기업 생존을 위한 조직 슬림화는 인력 축소로 이어지는 게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두 그룹은 하반기에도 조직 효율화와 수익성 개선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의 경우 신사업과 비용 절감이 핵심 키워드다. 특히 시장에서 주목하는 이슈는 롯데웰푸드와 롯데상사 간 합병 카드다. 롯데웰푸드와 롯데상사 간 거래 비중이 큰 만큼, 양사 합병 시 원재료 유통 마진만큼 원가가 낮아져 제조 비중이 큰 롯데웰푸드로선 수익ㆍ생산성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그룹 측은 "현재로선 (양사 합병 계획은) 확정된 바 없다"면서도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신세계그룹은 온ㆍ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신세계 유니버스' 멤버십을 중심으로 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범삼성가로 묶이는 CJ그룹과의 협업을 기반으로 CJ대한통운을 통한 물류 수익성 및 경쟁력 확보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또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작년처럼 조기에 단행해 그룹 내 긴장감과 고강도 쇄신 작업을 지속할 가능성도 크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 신세계그룹의 정기 인사는 11월 말 이후였으나 작년에 이례적으로 9월 하순에 이뤄졌다"며 "올해도 정용진 회장이 조기 임원인사를 통해 실적 향상을 독려하고 내년도 경영 계획을 일찌감치 세울 공산도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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