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기업 펀더멘컬과 무관하게 진행된 국내 증시의 이번 수급 혼란은 오는 10월까지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시장은 이달 들어 경기침체 공포로 대규모 급락을 겪은 바 있다.
7일 신한투자증권은 "주가 하락 이후 침체 공포가 덧씌워지고 있지만, 글로벌 주식시장 패닉셀링의 본질이 ‘과도한 포지션 쏠림’의 청산으로 보고 있다. 많이 올랐던 자산이 투매를 겪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시장 참여자들의 과도한 포지션이 어떻게 엮여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S&P 500은 경기 침체 우려가 없는 평상시에는 통상 100일선 근처에서 지지력을 보인다. 그러나 엔화 매도와 기술주 매수 포지션 등 과도하게 거래가 중첩된 상태에서 엔화 강세 압력이 촉발되면서 전통적인 지지선 설정은 다소 무의미하다는 판단이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시장 조정의 본질이 과도하게 쌓여있었던 포지션의 가파른 되돌림인데다, 청산되지 못한 레버리지와 과포지션이 아직 얼마나 쌓여있는지 파악할 수 없고, 경기 침체 프라이싱이 단번에 걷히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얽혀있는 거래들에 결정타를 가한 경기 침체 프라이싱도 당장 되돌리기 어렵다. 우선 2분기 이후 경제지표들이 대체로 기대치를 밑돌아왔기 때문에 7월 고용과 제조업 지표의 부진을 일시적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고 했다.
가격 측면에서도 2분기 이후 지표 부진에도 불구하고 주식과 채권의 수익률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는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수급이 이동할 명분과 안전마진이 동반된 상황이다. 김 연구원은 "이로 인해 또다시 추가적인 엔화 강세 압력을 만들어내면서 기존 거래를 고수해왔던 플레이어들의 연쇄적인 손절매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펀더멘탈이 주도하는 정상 증시 흐름으로 복귀는 일러도 11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과거 수급 이슈로 투매가 벌어지면 주가는 1~2개월 이중바닥을 만들고 반등했는데 이 패턴을 답습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대선이라는 변수도 남아있다. 통상 대선 직전 9~10월은 주가에 부정적이다.
김 연구원은 "가능성은 낮지만 8월 지표가 강세 반전하거나, 일본은행(BOJ)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빠른 정책 변화를 가져가거나, 엔비디아가 대규모 어닝 서프라이즈를 낸다면 빠른 반등도 불가능하진 않다. 이 경로에서 최소한 지난 한 주간의 낙폭은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