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대규모 공급 대책을 쏟아냈다. 서울 비(非)아파트를 대상으로 무제한 공공 신축매입을 선언하고 수도권 공공택지 22조 규모 미분양 매입확약 시행을 예고하는 등 주택공급 청사진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비아파트 활성화를 통해 단기간 내 주택을 공급하고, 침체한 시장 경기를 되살릴 수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실수요가 아파트 위주로 재편된 상황에서 비아파트 단기 공급에 초점 맞춰졌고, 수도권 택지 개발 등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단기 아파트 실수요 급증에 따른 집값 상승세를 꺾기엔 역부족이란 의견이 주를 이뤘다.
8일 정부는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 중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를 위한 직간접적 지원책은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전세사기 영향으로 비아파트 수요와 공급이 모두 급감한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한 공공 신축매입 공급 확대와 실수요자를 위한 무주택자 인정 비아파트 범위 확대 등이 고평가받았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이번 대책은 향후 공급부족과 건설경기 부양에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며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과 택지 내 분양 등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이번 대책 중 분양전환형 신축매입 공급과 입지가 우수한 공공 신축매입 공급 확대 방안이 빠르게 진행되면 임대차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최근 부동산 실수요가 모두 아파트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최근 수년간 전세사기 여파로 비아파트 전월세 수요는 아파트로 쏠림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김효선 위원은 “최근 아파트값 상승세를 주도한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의 신축 위주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을 공급하는 대책과는 거리가 멀어 시장을 진정시키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도 “비아파트는 시장의 관심 대상이 아니며 정부가 내놓은 방안 중 세제 혜택 등은 건축업자의 입장만 반영됐고 실수요자 의견은 없다”며 “차라리 앞으로 6개월간 1주택자가 지방 미분양 주택을 사면 세제 특례 준다는 식의 완화 방안이 시장을 살리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22조 원 규모 수도권 공공택지 미분양 매입확약 관련 재원 마련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민간이 사업성을 확보해 사업을 주도할 수 있게 혜택을 줘야한다”며 “사업성 확보를 위한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서울 인근 주택공급 계획도 서울 전체 집값을 잡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 우수 입지 후보지에 내년까지 기존 대비 4배 규모인 8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서울에선 강남권 등 선호 지역 인근 그린벨트 해제가 유력한 상황이다. 공급 규모도 1만 가구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린벨트 해제는 강남권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크고, 얼마나 물량공급이 가능한지 관건”이라며 “요즘 대규모 아파트 단지 한 곳이 1만 가구 정도인데 경험상 이 정도 규모로 서울 전역의 집값을 잡긴 쉽지 않다. 그렇다면 굳이 서울의 그린벨트까지 해제할 필요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 밖에 내년까지 발표할 총 8만 가구 수도권 신규 택지 공급 계획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졌다. 김인만 소장은 “시장이 불안해하는 포인트를 전혀 짚지 못한 대책으로, 당장 내년 안으로 주택을 사들여야 하는 실수요자들이 시장으로 몰리는 상황인데 신규 택지 발굴 계획은 현 시장에 영향을 전혀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김학렬 소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지역이 언제, 어떻게 혜택을 보는지 빠졌는데 공급 대책의 핵심은 명확한 입주 시기와 물량이 없으면 공급대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