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경 NH농협은행 금융소비자보호부문 부행장 “역량 높이면 도전 두렵지 않죠” [금융 유리천장 뚫은 여성리더⑪]

입력 2024-08-12 05:00수정 2024-08-1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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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풍(女風)’, ‘우먼파워(Woman Power)’.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의 활약상을 일컫는 말이다. 전통적으로 남성들만의 분야로 여겨온 여성 금기 분야에 진출한 여성이나 리더십을 지닌 여성 지도자의 사회적 영향력을 지칭할 때 사용한다. 대표적인 업권이 금융업이다. ‘방탄유리’라 불릴 정도로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최초’ ‘1호’ 타이틀을 단 여성 임원과 부서장 등 여성 인재의 활약으로 견고했던 틀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본지는 남성 위주의 조직문화가 강한 금융권에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유리천장을 깬 여성 리더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성공 과정과 2030 여성 금융인 후배들에게 전하는 솔직 담백한 조언을 담고자 한다.

▲이민경 NH농협은행 금융소비자보호부문 부행장이 6일 서울 중구 농협은행 본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유리천장이 높다는 금융권에서 남성과 여성의 업무는 명확히 갈렸다. 핵심성과지표(KPI)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기업대출 등 성과가 높은 업무는 남성이 거의 도맡고, 성과가 낮은 예·적금 및 입출금 창구 업무는 여성이 맡는 게 관행이었다. KPI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구조이다 보니 여성은 실적이 높은 점포나 대형 점포 관리자로 승진하는 비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금융권 중에서도 NH농협금융은 한 때 국정감사에서 여성 임원 비율이 낮다고 지적받을 정도로 보수적인 조직으로 통했다.

하지만 남성 중심 조직에서도 실력이 있으면 ‘낭중지추(囊中之錐 , 주머니 속의 송곳)'였다. 이민경 NH농협은행 금융소비자보호부문장(부행장)은 여성이 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오로지 능력과 성과로 인정받은 인물로 통한다.

이 부행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새로운 도전에 주저하기보다는 업무 전문성을 키워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도 여성 직원의 리더십을 꾸준히 배양하고 양성평등 문화의 확산을 위해 여성 직원의 역량 제고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그의 조언은 경험에서 비롯됐다. 이 부행장이 입행한 1986년 당시에는 대출이나 당좌업무 같은 비중 있는 업무는 여성 행원에게 분장해주지 않았다. 그는 행원 시절 통신연수 이수와 금융 자격증을 취득하고 규정과 업무 방법을 공부하며 승진의 꿈을 키웠다. 그 결과 근무지 관내에서 유일한 여성 승진 고시 합격자가 됐다.

이 부행장은 “직원 때부터 키워온 업무 전문성으로 무장했기 때문에 첫 지점장 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면서 “금융업계는 여전히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강하지만 여성들도 충분히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있다. 평소에 기회를 보는 눈을 기르고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부행장은 농협은행 초지동지점장과 안산 중앙동지점장을 거쳐 외환 지원센터장, WM사업부 부장 역임하며 전문성과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여성 사무소장 중 드물게 여신심사역과 외환전문역 경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내점고객은 물론 기업체 아웃바운드 영업도 마다하지 않았고 기업 여신과 외환거래를 추진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고객이 먼저 찾는 매력적인 은행 만들 것”

그는 일선 현장에 있던 34년 동안 치열한 영업과 KPI와의 혹독한 전쟁을 치렀다. 이 부행장은 “입지 여건과 영업 환경이 어려운 영업점에 사무소장으로 부임했다. 직원들은 의욕이 없었고 계속되는 실적악화로 사기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부행장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작은 것부터 바꿨다. 지점장실이 아닌 영업장에서 고객과 소통한 것. 직원들과의 공감대 형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행동한 결과 고객과 직원들 모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후 ‘4년 연속 업적평가 1위’라는 결실을 봤다.

외환 지원센터장 당시에는 외화 송금의 이상징후 모니터링에 집중했다. 영업점에서 어려워하는 수·출입업무, 해외송금 등 외환거래를 실거래 전 외환 지원센터에서 사전 검토해 주는 ‘외환 사전검토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WM사업부에서는 금융 소외지역인 땅끝마을 해남에서 자산 관리컨설팅을 실시했다. 금융권 최초로 ‘WM 자산관리 경연대회’를 열어 WM직원들의 자신감을 키웠다.

그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펫세미나’와 고객의 다양한 투자처 제안을 위한 대체자산 ‘아트세미나’를 개최해 다양한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시한 일도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

현재 이 부행장은 ‘고객가치 혁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고객 중심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고객의 의견을 다양한 방법으로 반영할 방법을 늘 고민한다. 금융소비자 보호에도 진심이다. 고령자, 농민 등 금융 취약계층의 전기통신 금융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농촌일손돕기와 연계한 금융사기 예방 캠페인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 부행장은 2026년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평가에서 ‘우수등급’을 획득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금융당국의 금융소비자 보호 관련 정책과 제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준수를 위한 내부통제 실효성을 높일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민경 NH농협은행 금융소비자보호부문 부행장이 6일 서울 중구 농협은행 본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여성의 경쟁력은 포용력‧문제해결 능력…“자기분야의 전문가가 돼야”

이 부행장은 여성의 강점으로 따뜻한 포용력과 디테일한 문제해결 능력을 꼽았다. 세심한 관심으로 타인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의 공감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는 “타인에게 동기를 부여하거나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따뜻한 포용력으로 구성원들과 유연하게 대처하는 강점이 있다”면서 ”세밀한 통찰력과 소통 및 공감 능력은 최근 강조되고 있는 수평적 조직문화 구현과 타 조직과의 협업에 분명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후배들에게 끊임없는 배워 핵심역량을 높이라고 당부했다. 과거에는 ‘잘 견디는 사람’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앞으로는 자기 분야의 전문가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 부행장은 “최근 금융트렌드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고 회사 내 변화와 혁신을 주도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마인드가 필요하다”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여성으로서 어떠한 차별이나 특혜가 아닌 동등한 위치에서 무한경쟁을 하는 시대가 됐다. 꾸준한 자기계발과 도전정신 없이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훌륭한 선배들에게 배웠듯이 그 역시 후배들의 멘토가 돼 훌륭한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현재 농협은행은 여성책임자 중간관리자급 50명을 선발해 ‘NH 여성책임자 RM 레벨업’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2박 3일의 집합교육과 총 8회의 세미나를 통해 여성리더가 갖춰야 할 업무 전문성과 리더십을 심도 있게 전수한다. 올해는 은행장 특강을 추가 편성해 교육의 무게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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