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종목 주목받은 파리올림픽…한국 선수단, 예상 깨고 '최고 성적' 썼다

입력 2024-08-11 10:27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며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박상원, 구본길, 도경동, 오상욱. (연합뉴스)

대한민국은 총·칼·활의 민족임을 여실없이 보여준 올림픽이었다. 한국 선수단이 따낸 금메달 13개 중 10개가 총·칼·활로 가져온 것이다.

'2024 파리올림픽'이 12일(한국시간) 폐막을 앞둔 가운데 한국은 11일 기준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9개로 30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종합 7위를 기록 중이다. 우리나라가 단일 올림픽에서 메달 30개 이상을 딴 것은 '2012 런던올림픽' 이후 12년 만이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 21개 종목, 144명의 선수만 출전하며 하계 올림픽 48년 만에 역대 최소 규모로 나섰다. 여자 핸드볼을 제외한 축구, 농구, 배구 등 주요 단체 구기 종목 모두 올림픽 출전이 불발되면서 그만큼 선수단 규모가 축소됐다.

그만큼 대회가 시작하기 전 국민의 관심도 낮았고 대한체육회에서 내놓은 기대 메달도 다소 보수적이었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5~6개, 예상 순위를 15위 안팎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대회가 시작되자 결과는 달랐다. 선수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냈고 그만큼 올림픽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동안 인기를 얻었던 주요 구기 종목에 가려져 있었던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 마련된 코리아하우스에서 앞에서 대한민국선수단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을 마친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 금메달 반효진(왼쪽부터), 25m 권총 금메달 양지인, 10m 공기권총 은메달 김예지, 공기권총 금메달 오예진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시스)

그 시작은 사격이었다. 박하준-금지현이 지난달 27일 공기소총 10m 혼성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겼다. 예상을 깬 깜짝 메달이었다.

지난달 28일에는 한국 선수단에 첫 금빛 소식이 들렸다. 펜싱 사브르 남자 개인전에 출전한 오상욱이 결승에서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를 15-11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상욱은 이번 금메달로 개인전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랜드슬램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개인전 금메달을 따는 것으로, 한국 펜싱 사상 전무한 기록이다. 오상욱은 2019년 세계선수권과 아시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으며,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바 있다.

같은 날 사격 여자 공기권총 10m 결승에선 오예진이 금메달, 김예진이 은메달을 휩쓸었다. 급기야 29일에는 16세 '여고생 소총수' 반효진이 사격 여자 공기소총 10m 결선에서 251.8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반효진은 역대 한국 선수단 하계올림픽 100번째 금메달이자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라는 영예를 안았다.

3일에는 25m 권총 세계랭킹 2위인 양지인이 금메달을 따냈고, 5일에는 조영재가 사격 25m 속사권총 결선에서 총합 25점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로써 한국 사격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를 수확해 '2012 런던올림픽'(금 3개·은 2개)을 넘어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펜싱 사브르 남자 대표팀(오상욱·구본길·박상원·도경동)은 단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해 오상욱은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여자 사브르 대표팀(윤지수·전하영·최세빈·전은혜)은 준우승에서 세계랭킹 1위 프랑스를 꺾고 사상 첫 결승 진출에 성공했지만, 결승에서 우크라이나에 42-45로 패하며 아쉽게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대한민국 양궁 여자 국가대표팀 전훈영(왼쪽부터), 임시현, 남수현 선수가 6일 2024 파리 올림픽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도착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대한민국 양궁 남자 국가대표팀 김우진(왼쪽부터), 이우석, 김제덕 선수가 6일 2024 파리 올림픽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도착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효자 종목'으로 불리는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은 그야말로 올림픽에 새 역사를 썼다. 한국 양궁은 이번 대회에서 5개의 금메달을 싹쓸이 했고, 임시현과 김우진은 나란히 대회 3관왕에 올랐다. 김우진은 한국 개인 올림픽 통산 최다 금메달(5개)의 대업도 이뤄냈다.

특히 양궁 여자 대표팀은 단체전이 도입된 '1988 서울올림픽' 이후 한 번도 빼놓지 않고 금메달을 수확하며 10연패를 달성했다. 양궁 남자 대표팀도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2020 도쿄올림픽'에 이어 3연패의 위업을 이뤘다. 한국 양궁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로 7개의 메달을 쓸어담았다.

태권도에서도 8년 만에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나왔다. 박태준은 8일 태권도 남자 58kg급 결승에서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잔)를 상대로 부상 기권승을 따냈다. 다음 날 태권도 여자 57kg급에 출전한 김유진은 결승에서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를 2-0(5-1 9-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태권도 여자 67kg 초과급에 출전한 이다빈도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 태권도는 이번 대회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종주국의 명예를 되찾았다. 앞서 한국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한 개도 따내지 못한 바 있다.

배드민턴에서도 금메달이 나왔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5일 세계랭킹 9위의 허빙자오(중국)를 여자 단식 결승에서 만나 2-0(21-13 21-16)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배드민턴의 올림픽 단식 종목 우승은 '1996 애틀랜타올림픽' 당시 방수현 이후 역대 두 번째이자 28년 만이다. 배드민턴 혼합복식에 출전한 김원호-정나은은 결승에서 정쓰웨이-황야충(중국) 조에 0-2(8-21 11-21)로 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 1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신유빈, 전지희, 이은혜가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탁구에서도 기분 좋은 메달이 나왔다. 한국 탁구는 혼합복식(임종훈-신유빈)과 여자 단체전(신유빈·이은혜·전지희)에서 각각 동메달을 따냈고, 신유빈은 올림픽 멀티 메달리스트가 됐다.

임애지는 한국 복싱에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선사했다. 복싱 여자 54kg급에 출전한 임애지는 준결승에서 하티세 아크바시(튀르키에)에게 2-3(28-29 27-30 29-28 27-30 29-28)으로 판정패하며 동메달을 따냈다. 임애지의 동메달은 2012년 런던 대회 한순철(남자 60kg급 은메달) 이후 한국 복싱에 12년 만의 메달이자 여자 선수로는 최초의 메달이다.

한국 유도는 금메달을 없었지만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로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가장 많은 메달을 따내며 부활의 청신호를 켰고, 수영에선 김우민이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2초50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차지하며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12년간 끊겼던 올림픽 메달 명맥을 다시 이었다.

한국은 11일 근대5종의 김선우와 성승민, 역도의 박혜정이 마지막 메달 도전에 나선다. 이들 종목에서 메달을 한 개라도 따내면 전체 메달 수에서도 2012년 런던 대회와 타이가 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