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한 데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정부 주관 광복절 경축 행사를 하루 앞둔 14일까지도 대통령실과 광복회 간 갈등,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역사관 논란은 좀처럼 진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8·15 광복절 경축식이 나뉘어 열리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독립유공자 후손 100여 명을 초청해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미국, 중국, 카자흐스탄에서 온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참석했다.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이자 2024 파리올림픽에 유도 국가대표로 출전해 은메달을 획득한 허미미 선수도 참석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손녀사위인 김호연 빙그레 회장, 독립운동가이자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선생의 손녀 유일링 이사, 이육사 시인의 외동딸 이옥비 씨 등 모두 100여 명이 자리했다.
이날 행사에 독립유공자 후손 단체인 광복회의 이종찬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오찬 참석을 요청했지만 이 회장이 불참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15일 열리는 정부 주관 광복절 경축식에도 참석하지 않을 전망이다.
대통령실과 광복회의 갈등은 윤 대통령이 지난 6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임명하면서 촉발됐다. 이번 인사를 뉴라이트 계열 인사라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광복회는 김 관장의 역사관을 문제삼고 있다. 앞서 김 관장은 "친일인명사전의 내용들이 사실상 오류들이 있더라. 잘못된 기술에 의해 억울하게 친일 인사로 매도되는 분들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말했다. 또 김 관장의 과거 광복절 발언을 두고 뉴라이트 역사관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정부가 김 관장 임명을 계기로 '1948년 건국절'을 만들려 한다는 게 광복회의 주장이다.
이같은 논란에 광복회는 9일 정부의 광복절 경축식에 대해 보이콧을 시사했다. 1965년 설립된 광복회가 대통령 초청 광복절 행사에 불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제79주년 8·15 광복절 경축식은 정부 주최 행사와 독립운동단체 기념식으로 쪼개진 채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광복회를 비롯한 37개 독립운동단체는 15일 오전 10시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광복회원과 독립운동가 유족, 관련 기념사업회 및 단체 회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통상 정부 주최 경축식 초청 대상은 여야 정치인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 독립운동단체 및 독립운동가 유족 등 2000여 명에 달하지만 행사가 양쪽으로 쪼개지면서 참석 인원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반쪽 행사가 불가피하게 됐다.
국민의힘은 광복절 경축식 불참을 선언한 이종찬 광복회장에 대해 "음모론 남발" 등 비판을 작심비판을 쏟아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광복회장이 현재 정부가 추진하지도 않는 '건국절 제정'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고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 문제에 대해 의견 제시를 넘어 그 뜻을 관철하려는 것은 과도하다"며 "광복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한다면 국가기념일까지 반쪽 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권성동 의원은 소셜미디어(SNS)에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지도 않은 건국절을 제정한다면서 선동적 비난을 퍼부었다. 스스로 만들어낸 상상에 화를 내는 셈"이라며 "공법단체의 수장이 비현실적 의혹을 남발하며 음모론의 발신자이자 확성기가 돼버린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대통령실은 이 회장의 참석을 마지막까지 설득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해한 부분에 대해 많이 설명하고 설득하는 작업이 있었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라며 "모두가 참여해 잘 치러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