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모호에 식품 가격 이미 잡혀” 지적
트럼프는 규제 완화 통한 비용 축소로 맞불
“수입품 관세, 자칫 인플레 부추길 수도” 비판
11·5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서민 경제에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있는 인플레이션 해소에 대해서 상반된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책 실현 가능성이나 효과에 대해서는 두 후보 모두 우려를 사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취임 100일 경제 구상’에서 식품과 식료품 가격 폭리를 금지하는 새로운 규제를 만들겠다는 방안을 공개했다. 즉 물가를 잡기 위해 이와 관련한 정부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식품의 가격 폭리를 연방 차원에서 최초로 금지할 것”이라면서 “대기업이 소비자들을 부당하게 착취해 과도한 이윤을 올릴 수 없도록 명확한 규칙을 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규정을 어기는 기업들을 수사해 처벌할 권한을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주(州) 법무장관에 부여하기로 했다.
또한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 중 하나인 주택 가격 상승 문제에 대해서는 임대주택사업을 벌이는 대기업들이 월세를 과도하게 인상하는 것을 차단하는 새로운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와 함께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년간 신규 주택 300만 호 공급과 생애 첫 주택 구매자를 위한 세제 혜택 등을 제시했다.
반면 트럼프는 에너지를 비롯한 여러 산업군의 규제를 철폐하는 등 정부의 역할과 규제를 줄여 물가를 낮추는 구상을 내놨다. 예를 들어 석유와 가스 자원을 더 적극적으로 개발함으로써 전기요금을 비롯한 에너지 비용을 절반 이상 줄이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친환경 에너지 정책과 전기차 산업 육성이라는 조 바이든 현 행정부의 기조와 정반대로 가겠다는 것이다.
미국 현지 언론 사이에서는 두 후보 공약 모두 ‘포퓰리즘’ 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해리스의 경우 ‘과도한’ 인상이나 이익을 규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그 기준이 모호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정부가 개입할 경우 시장 기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해리스 대선 캠프가 현재 식료품 가격 현황이 어떤지조차 잘 모르는 것 같다”면서 “지난주 백악관이 직접 7월 식료품 가격이 전년 대비 1% 상승에 그쳤으며 8개월 동안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도 인플레이션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수입품에 대한 보편 관세율을 종전 제안했던 10%에서 20%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조치가 오히려 인플레를 부추겨 저소득층의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미국 비영리 공공정책 기관인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안한 사회보장 혜택에 대한 세금 폐지가 사회보장 기금의 고갈을 앞당길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CRFB는 트럼프 공약이 실현되면 10년간 재정적자가 1조6000억 달러(약 2167조 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 신생아 세액 공제, 건강보험 보조금 확대, 주택 지원 확대로 재정적자 증가분이 1조7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