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험지수(CRI) 지표 국내 최초 개발…작년 하반기 CPI 인플레이션 기여율 10% 넘어
“이상기후 충격으로 산업생산 증가율 0.6%포인트 하락…노동생산성 하락 등 영향”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BoK이슈노트 ‘이상기후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작년 이후 이상기후 충격이 CPI 인플레이션에서 약 10% 정도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한 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였다. 이 중에 약 0.3%p가 이상기후 현상으로 올랐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상기후 현상이 물가, 산업생산 등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자 기후위험지수(또는 이상기후지수)인 CRI(Climate Risk Index; 이하 CRI)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지수의 구성은 △이상고온 △이상저온 △강수량 △가뭄 해수면 높이 등 다섯 가지로 이뤄졌다.
연구팀이 필립스 곡선을 통해 추정한 결과 2010년 1월부터 작년 12월까지 CRI가 소비자물가(CPI)에 미치는 영향은 0.04%p, CPI 식료품과 CPI 과실에 미치는 영향은 각각 0.18%p, 0.40%p로 집계됐다. 2001년 1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기간과 비교했을 때 △CPI -0.01%p △CPI 식료품 0.09%p보다 높은 수치다.
정원석 한은 전북본부 기획조사팀 과장은 “이상기후 현상 심화로 인해 그 효과의 지속성이 과거대비 길어지고 있는 모습도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팀은 FTA 체결로 인해 이상기후 변화가 과거(1980~2000년)보다 최근(2001~2023년)에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는 작아졌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최근의 경우 충격반응 정점 크기가 0.05%p 정도 낮지만(최근기간 0.03%p vs 기준기간 0.08%p) 그 지속기간은 2개월 정도 길게 나타났다”며 “이런 현상은 최근들어 FTA 등을 통한 수입증대에 따른 농축수산물 관련 대체효과가 커짐에 따라 이상기후 변화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기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진단했다.
다시 말해, FTA 체결로 수입대체효과가 커지면서 이상기후 변화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은 2000년 이전보다 작아졌지만 최근 이상기후 변화가 FTA 효과를 상쇄하면서 기여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 것이다.
연구팀은 “이상기후 현상이 과거에는 산업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2001년 이후 부정적인 영향이 과거에 비해 크고 지속적인 것으로 분석됐다”며 “인플레이션의 경우 이상기후 현상으로 물가상승의 지속성이 과거대비 2개월 정도 더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연구팀은 CRI를 한은의 소비자물가 전망시 참고 지표로 활용할 지에 대해서는 논의 사항이라고 답했다. 정원석 과장은 “이상기후 지표가 없었기 때문에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지만 지속적으로 활용할 지는 내부적으로 토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