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헌 부동산부장
2·3기 신도시 보강, 수요 분산하고
정비사업 속도 높일 방안 강구해야
주택 공급이 위축되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신고가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한동안 집값이 하향세를 보일 것이라던 예상이 빗나갔을 뿐 아니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급등세를 보이자 패닉 바잉(공황구매)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미 수차례 급등기를 겪으면서 가만히 있다가는 영원히 내집을 가질 수 없을지 모른다는 공포심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지난 8일 다급하게 대책을 내놨다. 이른바 공급을 통해 집값을 잡겠다는 것으로, 서울과 인근지역 그린벨트를 풀어 8만 가구 규모의 신규택지를 공급하고 재건축·재개발 촉진 특례법(가칭)을 제정해 정비사업 추진 기간을 3년가량 앞당겨 향후 6년간 서울 도심 등에 17만6000가구의 주택 착공을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중 우려스러운 것은 또 ‘그린벨트 해제’ 카드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린벨트는 난개발을 막고 녹지를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도시로 인구가 몰리면서 무절제하게 개발이 확장하는 것을 충실히 막아줬다. 하지만 1988년 올림픽을 비롯해 외환위기를 맞아 외국인 투자 유치 및 경기 활성화를 위해 그린벨트는 해제됐다.
노무현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이명박 정부는 분양·임대 통합형 보금자리주택, 박근혜 정부는 민간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면서 전가의 보도처럼 그린벨트 해제를 꺼내들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부동산 가격이 뛰고 서울에 주택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다시 그린벨트 해제가 추진됐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반대로 물러서야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전 국토의 5.4%에 달했던 그린벨트는 3.7% 수준까지 줄었다.
그린벨트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더 크게 보면 우리 후손들을 위해 남겨놔야 할 공간이기도 하다. 정말 집 지을 공간이 부족해서 개발이 필요한 곳은 해제하더라도 관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지금처럼 그린벨트 지역을 제대로 관리하지도 않으면서 비닐하우스와 불법시설들이 들어서자 그를 빌미로 이제 의미가 없어졌으니 해제해야 한다는 식으로 진행해서는 곤란하다.
서울 근교의 그린벨트가 바닥났고, 반값아파트를 짓기엔 공사비가 치솟았을 뿐 아니라 부동산 가격 상승의 요인인 금리 인하도 임박한 현 상황이 정책을 만드는 정부 입장에서 악조건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린벨트 해제가 문제의 해결책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방안을 정밀하게 손보고 다듬은 후에 그린벨트 해제는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접근성이 좋고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이라는 이유로 매번 그린벨트를 해제한다면 수도권 밀집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지역균형발전은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2기와 3기 신도시의 사업성을 높이고 교통 대책 등을 보강해 수요를 분산시켜야 한다. 이미 주택공급 준비가 이뤄진 곳인 만큼 그린벨트 해제보다 더 빨리,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정비와 지원에 속도를 내는 것 역시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과도한 기부채납 문제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서울내 정비사업지들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려준다면 정비사업의 속도도 크게 빨라질 수 있다. 용적률을 더 준다는 이유로 모두가 꺼리는 시설들을 끼워넣는 지금의 방식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공급을 늘려야겠다면 보다 설득력 있는 목적과 근거를 제시하고 정밀하게 정책을 다듬어야 한다. 후대의 땅을 집짓는 데 빌려써야 한다면 최소한 애물단지라도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car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