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였던 서비스, 점차 유료로 전환
기업들 안정적 ‘캐시카우’ 창출
구독경제의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플랫폼 서비스에서 가전으로, 최근에는 휴대폰 인공지능(AI) 기능까지 구독의 개념이 적용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매달 부과되는 구독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관리 서비스까지 받는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고, 기업들은 안정적이고 꾸준한 수익을 가져간다는 점에서 떠오르는 사업 모델이다. 향후 구독 경제 시장은 분야를 뛰어 넘어 그 규모를 키워나갈 것으로 보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제품 구독 서비스 도입을 검토 중이다. 아직 공식적으로는 ‘결정된 것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 구독 서비스가 요즘 대세가 된 만큼 당연한 수순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경쟁사인 LG전자도 이미 가전 구독서비스로 재미를 보고 있다. LG전자 구독(케어서비스 포함) 사업은 지난해 연 매출 1조1341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가전 구독 매출은 60% 상승해 1조8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무형의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구글은 자사 최신 스마트폰인 ‘픽셀 9’ 시리즈에 AI 모델 ‘제미나이’를 탑재한다. 핵심 기능은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음성 AI 비서 ‘제미나이 라이브’인데, 이 기능을 이용하려면 월 19.99달러(약 2만6666원)의 구독서비스인 ‘제미나이 어드밴스드’를 가입해야 한다.
애플도 곧 아이폰16 시리즈 공개를 앞둔 가운데, 시장에서는 애플의 AI 기능 ‘애플 인텔리전스’ 유료화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 경우, 구독료는 월 20달러(2만6680원)가 될 것으로 보인다.
‘AI 비서’가 도입되기 시작한 초기 단계인 만큼 향후 AI 모델을 내세워 구독료를 도입하는 테크 기업들은 더 많아질 전망이다.
무료였던 서비스도 언제든지 유료로 전환할 수 있다. 아파트 세대 내 설치된 H건설사의 사물인터넷(IoT) 서비스가 최근 일부 아파트에서 서비스를 중단했다. 향후 매달 일정 사용료를 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발생했다. 결국 건설사 측에서는 사용료 청구가 아닌 단지서버 장애 시 홈네트워크 서비스 운영불가를 대비한 서버 유지보수 제안이었으며, 해당 서비스의 유료화 계획은 없다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심우중 산업연구원(KIET) 전문연구원은 휴대폰 제조사들의 ‘AI 구독료 도입’에 대해 “예전에는 휴대폰 단가에 서비스 기능에 대한 비용이 다 포함됐다면 이제는 ‘이 기능을 사용할 사람만 비용을 지불하라’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라며 “원치 않는 이용자는 돈을 내지 않고, 이용하려는 이들만 구독료를 내는 식으로 분리된 형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제품을 판매해 일시적으로 매출만 올리는 것보다 ‘구독료’라는 새로운 수익으로 장기간 꾸준한 ‘캐시카우’를 찾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고객들과 접점을 넓히고,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추가 수익원으로 확보할 수 있다. 그간 제품을 판매만 하던 기업들이 기업과 고객 간 거래(B2C)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과정이기도 하다.
조혜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도 ‘렌털’, ‘리스’라는 개념으로 존재하던 소비방식인데, 소비 트렌드가 ‘물건 소비’에서 ‘서비스 향유’로 바뀌며 구독으로 진화한 것”이라며 “구독 서비스로 소비자를 ‘락인(Lock-in)’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동시에 수익성도 올릴 수 있는 사업 형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