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부산에서 열린 한국정치학회 특별대담에 참석해 평소 가다듬어온 국가발전 전략을 밝혔다. 지방을 거점으로 한 대한민국 개조론을 역설하면서 정치개혁, 외교안보 비전도 제시했다.
이날 오전 10시 부산동서대학교에서 한국정치학회 주관으로 ‘2024 한국정치학회 국제학술대회’ 특별대담이 열렸다. 모두발언에 나선 오 시장은 국정을 바라보는 4개 틀로 약자와의 동행, 중앙·지방의 동행, 미래세대와의 동행, 자유진영과의 동행을 언급했다.
그중 하나로 중앙·지방 동행 기반의 국토 균형발전 전략인 ‘4개 강소국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전국을 수도권,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 4대 초광역권으로 나눠 독자 발전전략을 통해 경쟁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통합행정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 지방정부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중앙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대폭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세입·세출 분권 강화를 제시했는데 국세와 지방세의 5:5 세입 분권, 세출 분권으로는 포괄적 보조금제를 들었다. 고등교육, 외국인 유치 정책 권한을 위임하는 등 특화된 경제발전모델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이 같은 △통합행정 거버넌스 체계 △세입·세출 분권 강화 △특화된 경제발전 전략을 ‘지방거점 퀀텀점프’ 전략이라 명명했다.
그러면서 지방이 뛸 수 있는 밑천을 마련해 주고 재량껏 특화된 콘텐츠 전략을 세울 수 있게 하면 4개의 강소국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소득 10만 달러 시대를 열 수 있다고 확신했다.
정치개혁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오 시장은 한국정치 개혁 방안으로 ‘원내 정당화’를 꼽았다. 그는 2004년 자신이 주도한 ‘오세훈법(정치자금법·정당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원내정당으로 가는 발판이었다며 일극화·사유화된 정당은 민주정당으로서 기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지구당 부활은 역사를 거스르는 퇴행적 합의라며 반대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개헌보다 국회와 정당의 정상화가 더 시급한 과제라고 봤다. 이를 위해서 견제와 균형 확보가 관건이라며 긴 호흡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내 정당화를 통해 공천 경쟁과 당론 종속이 아닌 숙의와 개별 의원 역량으로 일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며 지금은 민심과 유권자의 생각을 따르는 대의민주주의 회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신냉전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국제정세 한복판에서 한국의 외교안보통일 비전으로는 ‘전략적 유연성’을 선택했다. 취약해진 동아시아 지역의 불안정한 안보 환경에서는 전략적 모호성과 전략적 명확성 단계를 넘어선 ‘전략적 유연성’으로 국가의 번영과 이익을 지켜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 핵그림자 효과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핵 관련 전략 변화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미국 핵우산 속에서만 해법을 찾는 것은 중간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다며 핵무장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일본 수준의 핵잠재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데 안 만드는 것과 못 만드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며 핵잠재력 증강이 북한의 핵무장론에 대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통일 조건으로는 주변국의 동의와 지지, 충분한 경제력, 개혁개방과 동질화 및 견고한 신뢰, 통일에 대한 열망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남북 경제 공동체 마스터플랜으로 통일기반을 단계적으로 조성해야 하며 ‘경제지원 및 투자’, ‘통일기반 조성 심화’, ‘경제공동체’ 총 3단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박형준 시장과의 특별대담에서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대내외적 난제를 진단하고, 국가 번영을 위한 해법을 모색했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의 절차적 뼈대는 남아 있지만 제도적 취약성이 가중되고 있다는 사회자 질문에 대해 오 시장은 “극단적인 투쟁이나 과도한 갈등의 원인은 사실 먹거리에 있다”며 “그 먹거리를 분산시키는 게 중요하고 그래서 권한 분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개헌을 한다면 권력구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권력 구조를 택하든 간에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변화가 가장 큰 중심적인 내용이 돼야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겨냥했다. 오 시장은 “최근에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기본 사회 기본 소득에 이어 이제 기본 자산까지 얘기를 한다. 이제 집도 나눠주겠다는 내용”이라며 “저출생으로 약간 포장을 했지만 그냥 결국은 싸게 팔겠다는 것도 아니고 나눠주겠다는 이야기”라고 우려했다. 이어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려면 이제 큰 틀에서는 예산을 지금보다는 좀 합리적으로 써야 되는데 25만 원 얘기로 시작하는 이런 국면이 지속되면 여의도 정치가 계속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복잡해진 국제지형 속 한국의 갈 길에 대해서는 “디커플링의 와중에서도 리라우팅을 할 수밖에 없고, 우위를 점하려고 노력하는 분야 이외의 분야라면 굳이 중국과 완전히 디커플링을 할 필요는 없다는 걸 미국도 어느 정도 인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굳건하게 자유진영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 우리 산업 경제에 불이익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핵무장 관련해 오 시장은 “북한의 핵은 우리가 비핵화를 계속 추구해 왔지만 기정사실이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언제까지 비핵화 논리에 집착할 것인지 국제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강 정책에도 비핵화라는 용어가 빠졌다"며 "그런 현실을 바탕으로 해서 이른바 핵을 없애기 위해서는 일단 한국이 핵을 가지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 옵션"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