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충현 금감원 부원장보 "내년부터 더 낮은 DSR 관리목표 수립 제시"
은행별 DSR 차등 적용해 주담대 한도 낮출 계획
은행권 “사실상 주담대 하지 말라는 것”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액이 연간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에 대해 내년부터 더 낮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목표 수립을 제시하는 등 패널티를 부과하기로 했다. 은행별로 DSR을 더 깐깐하게 적용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낮추겠다는 포석이다.
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가계부채 증가 폭이 관리 수준 범위를 벗어난 은행에 대해 '강한 개입'을 시사했던 것처럼 당국의 직접적인 개입 필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27일 박충현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가계대출 증가액이 경영계획을 초과한 은행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은행별 DSR 관리 계획 수립 시 더 낮은 DSR 관리 목표를 지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고 판단,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의 1~8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이미 은행이 자체적으로 수립한 연간 경영계획을 초과했다. 4대 은행의 1~8월(21일 기준) 가계대출 증가액은 연간 경영게획 보다 150.3%를 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19개 은행 전체로는 106.1% 넘었다. 연간 경영계획을 8개월로 환산하면 지난 21일까지 증가액은 200.4%, 은행권 전체로 따지면 141.4%에 달한다.
박 부원장보는 “8월 기준 통상 가계대출 증가액은 연간 계획대비 70%가 적정수준인데 벌써 50%를 초과했다”며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은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DSR 3단계 조기 실행이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강화 등 추가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박 부원장보는 “9월 DSR 2단계 시행과 은행들의 자체적인 주담대 관리방안 등 기존에 조치에 대한 효과 분석이 우선”이라며 “그 결과에 따라 추가 방안을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은행이 경영계획 준수를 위해 가계대출을 축소하거나 금리를 조정하는 경우 실수요자 불편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금감원은 판단했다. 향후 가계대출이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크고 개별은행 차원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당국의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박 부원장보는 “평균적으로 가계대출이 5조5000억 원 내외면 관리할 수 있다"면서 “7~8월 증가폭이 관리 수준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해 현 시점에 적절히 개입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증가액은 7조5975억 원으로 2016년 1월 이후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달에도 증가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최대 증가 폭이 한 달 만에 갱신될 가능성이 큰 상태다. 이달 22일 기준 주담대(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65조8957억 원이다. 전월말(559조7501억 원) 대비 6조1456억 원 불어났다.
박 부원장보는 끝으로 “타업권으로의 풍선효과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 업권에 상환능력 범위 내 심사 관행을 확립해야 한다”면서 “경영계획 관리, 여신심사 강화 등에 있어 실수요자의 대출절벽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히 관리해 달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가계부채 증가액이 연간 경영계획 초과 은행에 대해서는 경영계획 수립 및 관리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수립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체 수립한 목표 대비 초과를 기준으로 페널티를 부과한다고 하면 관리 노력을 위해 낮은 목표를 잡은 은행이 불리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효율적인 방법으로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서민 등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없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려면 과거 가계대출 중단사태를 만들었던 일방적인 눌러 놓기식 정책이 아닌 디테일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