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7대 그룹의 수익성이 3년 연속 악화하고 있다. 삼성, SK, 포스코, LG 등 대형 그룹사 위주로 수익성이 대폭 하락해 그룹 합산 EBITDA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EBITDA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를 말한다.
29일 한국기업평가는 그룹 분석 웹세미나를 열고 국내 주요 7대 그룹사의 재무역량과 경기대응력을 점검한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국내 7대 그룹(삼성·현대차·SK·LG·롯데·포스코·한화·HD현대)의 합산 EBITDA는 11.4%로 2021년 16.9%, 2022년 14.4%에 비해 지해서 감소세다. 특히 지난해에는 3%p(포인트) 넘게 큰 폭 하락했다.
이는 삼성과 SK그룹에서 메모리반도체 업황 저하에 따라 수익성 하락이 두드러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 그룹의 EDITDA는 2021년 25.0%였지만, 2022년 22.2%, 지난해 15.4%로 감소했다. SK 그룹의 하락 폭은 더깊다. 2021년 24.8%였던 SK그룹 EBITDA는 2022년 20.4%, 지난해 21.5%까지 급감해 20% 선을 위협받고 있다.
LG, 포스코 그룹도 2021~2022년 EBITDA가 급감했지만, 지난해에는 0.5%p 내외 수준으로 감소 폭이 줄었다. 한기평은 "LG는 디스플레이와 석유화학, 포스코는 주력인 철강 부문의 영업악화가 그룹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한화는 석유화학과 태양광, 신세계는 소매유통 부문이 그룹 실적 저하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현대차 홀로 EBITDA 마진 반등에 성공했다. 현대차 EBITDA는 2021년 9.1%에서 2022년 9.2%, 지난해 10.4%로 상승했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 내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제품혼합 등에 힘입어 완성차 중심으로 수익성이 개선된 영향이다.
그룹 합산 차입금 의존도는 21% 중반대로 안정된 수준을 보였지만, EBITDA 대비 합산 순차입금은 0.2% 초반에서 0.7%까지 점진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삼성, SK의 현금 유출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SK, LG, 포스코, 신세계 그룹은 EBITDA가 감소하는 가운데 순차입금이 증가세를 보였다. SK의 EBITDA 대비 순차입금은 2021년 1.49배에서 지난해 4.22배로 크게 뛰었다.
한기평은 "전체 그룹 중 순현금을 보유한 그룹은 삼성과 현대차"라며 "삼성은 EBITDA와 순현금이 동시에 감소했고, 현대차는 EBITDA와 순현금 동시에 증가했다. 한화의 EBITDA는 유지됐지만, 순차입금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SK, LG, 포스코, 신세계는 차입금의존도가 상승했다. SK, LG, 포스코는 이차전지 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가 그룹 전반의 레버리지 상승 원인으로 작용했고, 신세계는 점포망 관련 투자지출로 차입부담이 확대했다. 반면 현대차, HD현대, 한화는 각각 자동차 수익성 개선, 조선 대규모 선수금 유입, 한화오션 편입에 따라 차입금 의존도가 감소세였다.
국내 그룹사중 사업환경과 신용등급 전망이 모두 '우호적'인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HD현대, 현대차, SK, 삼성, 한화, CJ, LG그룹은 '중립적' 사업환경과 등급전망으로 평가됐고, 롯데, 포스코, 신세계 그룹의 사업환경은 '비우호적'으로 제시됐다.
한편 한국기업평가는 한화, 롯데, SK 3개 그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그룹 신용도 방향성을 분석했다. 한화그룹 전체 신용도 방향성을 결정짓는 계열사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될 전망이다. 둘 다 한화그룹의 공격적 투자 영향으로 차입금 부담이 확대했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의 순차입금은 2021년 말 4조6000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0조3000억 원으로 증가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같은 기간 2000억 원에서 3조4000억 원으로 늘었다.
롯데지주의 신용도는 그룹 내 비중이 높은 롯데케미칼의 신용도가 하락할 경우 연계해 하락할 가능성이 높게 평가됐다. 다만 계열통합 신용도로 산정할 경우 롯데케미칼의 비중이 축소됨에 따라 롯데케미칼 신용도 하락에도 계열통합신용도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호텔롯데가 반영된다.
SK그룹의 배터리 사업의 재무위험 확대는 지속되겠지만, 그룹 신용위험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으로 봤다. 한기평은 "단기간에 SK그룹 통합신용도가 변화할 가능성은 낮다"라며 "SK그룹의 재무안정성은 반도체 및 배터리 실적 추이, 다각적인 재원 확보를 통한 투자부담 제어 여부에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