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역사, 영화를 가로지르며 탁월한 통찰로 사랑받은 지크프리트 크라카우어가 전하는 영화 매체의 매력과 본질에 관한 책이다. 크라카우어는 현실을 그대로 기록하는 것을 영화의 매력이자 본질로 인식했다. 가령 현실을 구성하는 나무, 도로, 건물 등의 이른바 '물질'들을 카메라를 통해 있는 그대로 포착하는 리얼리즘 미학에 관심을 가졌다.
이 같은 관점을 바탕으로 크라카우어는 영화의 본질적 성향으로서 연출되지 않은 것, 우연적인 것, 무한성, 불확정성, 삶의 흐름의 다섯 가지를 제시하며 이들이 영화 매체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살핀다. 아울러 크라카우어는 300여 편에 달하는 영화들을 경유해 영화의 세부 요소들을 고찰하면서 영화와 현실의 관계성을 탐문한다.
"21세기에 이르렀는데도 여전히 사람들은 여성 감독의 이름 다섯 개를 대는 것조차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첫 문장이다. 2017년 10월 할리우드에서 촉발한 미투 이후 영화계는 성평등을 위한 여러 노력을 했지만, 여전히 운동장은 기울어져 있다. 영화를 만드는 감독과 배우, 스태프들 중에 여성이 더욱 많아져야 하는 이유는 영화가 현실을 이미지화하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600페이지에 이르는 이 책은 영화를 포함한 여러 영상 매체를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사유한다. 저자는 영화를 통해 젠더, 퀴어, 인종, 계급, 탈식민성과 같은 사안들을 면밀하게 분석하면서 영화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독해할 수 있는 비평적 도구들을 제시한다. 나아가 페미니즘이 영화를 넘어 문학과 사회, 예술과 과학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도 밝힌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시기에 영화는 커다란 변곡점을 맞는다. 보이는 것을 넘어 들리는 것으로 영화가 발전하면서 그 예술적 사유의 저변 역시 확장했기 때문이다. 작곡가이자 프랑스의 저명한 영화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한 저자는 영화를 '소리의 예술'로 상정한 뒤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소리의 현상을 학술적으로 바라본다.
저자는 유성영화를 '덧쓰기 예술'이라고 명명한다. '덧쓰기 예술'이란 새로 기입된 것(유성영화)이 기존의 것(무성영화)을 완전히 대체하지 않고, 기존의 것이 남아 있으면서 새로 기입된 것과 공명하는 예술을 뜻한다. 즉 영화에서 소리는 이미지의 움직임과 당연히 동반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와 끊임없이 충돌하면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는 세계다. 소리의 예술로서 영화를 탐구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유용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