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진핑] 막내린 장강의 기적…흔들리는 시진핑 리더십

입력 2024-09-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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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소득 증가율, 1980년대 말 이후 가장 낮아
‘공동부유’ 약속 공산당 신뢰 깨지기 시작
시진핑, 장기 경제전략으로 ‘신품질 생산력’ 강조
전문가들 “접근방식 근본적으로 잘못...소비 진작해야”

▲사진출처 AP뉴시스
중국의 비약적인 고도 성장을 뜻하는 ‘장강의 기적’이 막을 내린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의 리더십이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시 주석은 전임자들과 달리 공산당의 통치에 대한 정통성을 뒷받침하는 경제성장을 더는 기대할 수 없게 되면서 저성장 늪에 빠진 중국을 앞으로 어떻게 이끌 것인가에 대한 난제를 떠안게 됐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집권 기간 중국인들의 평균 소득 증가율은 톈안먼 사태 충격을 받은 198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낮다. 또 중국 가계자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의 불황이 이어지면서 도시의 중산층은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청년층은 결혼과 출산을 꺼리게 돼 세계 1위 인구 대국 지위도 인도에 내주게 됐다. 급격한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로 2050년에는 노동인구의 20%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퍽퍽해지면서 더 적은 자유를 대가로 ‘공동부유’를 약속했던 공산당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조지 매그너스 옥스퍼드대 중국센터 교수는 “중국에서는 ‘미래에 번영을 기대할 수 있다면 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민감한 의견을 표현하지 않을 것’이라는 매우 간단한 사회적 계약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낡은 개발 모델이 더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 못하는 정부로 인해 이런 계약에 대한 신뢰가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지도자 집권 시기별 실질소득 연평균 증가율. 단위 %. 앞에서부터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시진핑. 출처 블룸버그
시진핑이 이러한 문제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지속 가능한 경제로 체질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7월 열린 ‘당 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 회의(3중전회)’에서 새로운 장기 경제 전략으로 이른바 ‘신(新)품질 생산력’을 내세웠다.

‘신품질 생산력’은 대규모 소비 부양책이나 자원·인력을 대량 투입해 성장을 이뤘던 기존 방식을 벗어나 첨단기술 기반으로 생산력을 극적으로 끌어올려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의 공세로부터 중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구상이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은 ‘신품질 생산력’에 대한 연간 투자액이 1조6000억 달러(약 2135조 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중국 투자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지난해 미국 모든 기업 투자의 43%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이러한 전략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닐 토머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시진핑 경제정책의 비극은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발견해놓고 잘못된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소비’를 무시하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 소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7%에 그쳐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약한 내수로 자국 내에서 소화되지 못한 일부 신규 생산 물품은 수출로 돌려야 하는데 미·중갈등이 심화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동맹국이 중국산 전기차를 비롯한 각종 품목에 추가 관세를 계획하고 있어 상황은 여의치 않다.

저축 대신 소비지출을 유도하기 위해선 사회보장과 의료서비스를 개선해야 하는데, 시 주석은 “게으름을 조장하는 ‘복지주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기조를 가지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시 주석이 지난 30년간 중국 경제성장 원동력이었던 기업가들에 대해 잘못된 견해를 가진 것도 문제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정치적 선호도가 있는 산업에 대해선 투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위험을 감수할 줄 아는 자본주의의 기본 정신은 손상됐다는 것이다. 특히 자국 기업은 물론 중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 사이에서 예측 불가능한 중국의 규제에 불안감이 커지고, 그 결과 중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낮아지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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