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인은 잠재 위험 해소할 수 있어
금리 낮아지고 당국 M&A 지원 약속
"장기인보험 경쟁 속 돌파구 될 것"
보험사들이 인수합병(M&A) 보험상품 판매에 뛰어들고 있다. 본격적으로 기준금리가 인하될 경우 낮은 이자율로 인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M&A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절벽과 보험에 대한 인식이 낮아지면서 인(人)보험 업황이 어려워진 가운데 일반보험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7월부터 한화손해보험이 진술 보장(W&I)보험 판매를 시작했다. 이 상품은 M&A 시 매도인의 진술이나 보장사항 위반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해배상 책임을 보험사가 대신 부담하는 것으로 M&A 보험이라고도 불린다.
예컨대 M&A 주식매매계약서상에서 △재무제표 △세금 △고용 등의 측면에서 진술 및 보장 오류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 매수인이 매도인이 아닌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이 상품을 통해 매도인은 손해배상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매수인은 잠재 위험을 해소할 수 있다.
과거에는 해외 보험사가 국내 W&I 보험 영업에 적극적이었지만 이제는 국내 5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들 모두 참여할 정도로 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M&A시장이 들뜨고 있어서다. 실제로 2~3년간 이어졌던 고금리 기조에서는 인수금융 금리가 두 자릿수까지 치솟았지만, 최근에는 연 5%대로 급락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M&A 리파이낸싱 대출 여력을 확대하는 등 기업 간 M&A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띨 모양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의 도입으로 인해 손보업계는 장기 보장성 인보험 판매를 늘리고 있지만, 오히려 과도한 경쟁 등을 피해 일반보험 파이를 늘릴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보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인구가 줄어들고 잠재 고객마저도 보험에 대한 인식이 줄어들다 보니 일반보험 확장은 필수”라고 말했다.
비교적 저렴하게 M&A 자금을 모을 수 있는 데다 금융당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만큼 보험사들은 W&I 보험 판매에도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김윤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북미·영국·북유럽 지역에서는 약 20년간 W&I 보험이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은 가운데, 최근 국내에서도 M&A 거래 시 보험 활용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기업 M&A 지원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해외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W&I 보험의 필요성과 활용도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