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등 ‘철밥통’도 해고 칼날
7월 청년 실업률 17.1%…새 통계 적용 후 최고
고학력 백수 ‘란웨이와’ 신조어까지 등장
“대졸자 25%, 교육 수준 못 미치는 일자리”
중국에서 올해 대학교 졸업자들이 전례 없는 취업난에 직면하게 됐다.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1179만 명의 대학교 졸업생이 사회로 쏟아져 나오는데 이들이 진입할 중국의 고용시장은 ‘처참’ 그 자체라고 2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청년 실업률은 17.1%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당국이 16~24세 청년 실업률 집계 방식을 바꾼 후 최고치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해 6월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인 21.3%를 찍자 통계 발표를 돌연 중단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대학 재학생 등을 집계에서 제외한 새 통계 방식을 적용했다. 이후 수치는 표면적으로나마 14%대로 잠시 낮아졌으나, 금세 17%대로 뛴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실업률 수치마저 수백만 명의 농촌 실업 현황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역 없는 해고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금융권을 포함한 사무직에서도 광범위한 해고가 단행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테슬라, IBM,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등이 최근 몇 달 동안 채용 규모를 축소했다.
심지어 대표적인 ‘철밥통’으로 꼽히는 정부 일자리까지 해고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 베이징 지방정부는 공무원 5% 인원 감축을 발표한 후 수천 명을 해고했다. 허난성은 올해 초 공무원 일자리 수를 5600개 줄였고, 산둥성은 2022년 이후로 약 1만 명 일자리가 축소됐다.
이에 최근 고등교육을 받았음에도 일자리를 못 얻어 낙향했거나, 구직 자체를 포기하고 부모의 경제력에 기대 살아가는 청년을 비꼬는 ‘란웨이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직역하면 ‘꼬리가 썩은 아이’라는 말로, 좋은 교육을 받았으나 끝(꼬리)이 망가져 버렸다는 의미다. ‘취업을 포기하고 드러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청년’이라는 의미의 ‘탕핑족’과 비슷하지만 고학력 백수라는 점에서 구분된다.
중국 청년들이 자신의 교육 수준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야오 루 사회학 교수는 “23~35세 중국 대학 졸업자의 약 25%가 현재 자신의 학력에 미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한 중국 경제학자는 “약 4800만 명 대학생 중 상당수가 초봉은 물론 평생 월급도 매우 적게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을 ‘잃어버린 세대’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인적자본의 엄청난 낭비”라고 지적했다.
심각한 청년 실업률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5월 대졸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취업시장의 불균형이 문제다. 정부는 인공지능(AI)과 로봇공학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를 육성하는 ‘신품질 생산력’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책은 다른 산업 부문의 수요를 약화시키고 재교육을 받기 어려운 고학력 젊은 세대를 취업시장에서 소외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왕샤오핑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 부장(장관)은 3월 “우리는 현재 고도의 기술을 갖춘 디지털 인력은 물론 용접공과 목수, 간병인 등도 부족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