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치아의 전설 정호원(38·강원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이 개인 통산 네 번째 패럴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보치아는 정호원의 우승으로 패럴림픽 10회 연속 금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정호원은 2일(현지시간)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1에서 열린 '2024 파리패럴림픽' 보치아 남자 개인(스포츠등급 BC3) 결승전에서 호주의 대니얼 미셸을 5- 2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뇌성마비 장애인을 위해 고안된 보치아는 '1984 뉴욕-스토크맨더빌패럴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선수들은 가로 6m, 세로 12.5m 크기의 경기장에서 6개의 빨간색 공과 6개의 파란색 공을 표적구에 던져 승부를 가른다. 각 엔드 종료 시점에서 상대보다 가깝게 던진 공 개수대로 1점씩 얻는다. 개인전과 페어 경기는 4엔드, 단체전 경기는 6엔드 점수를 합산해 승자와 패자를 가린다.
한국은 1988년 서울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10회 연속 금메달 획득 기록을 세웠다. 한국 선수단은 사격 P1 남자 10m 공기권총(SH1)의 조정두, R1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SH1)의 박진호에 이어 대회 세 번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예선전부터 무패 행진 끝에 우승을 확정한 정호원은 경기용 안대를 벗어 던지며 포효했다. 그의 패럴림픽 통산 4번째 금메달이었다. 앞서 정호원은 2008년 베이징 대회 페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개인, 2020년 도쿄 대회 페어 등에서 세 차례 우승했다.
정호원은 "2016년 리우 대회 이후 개인전 금메달이 없었는데 다시 정상에 올라 기분이 좋다. 올림픽 시상식 장면을 보면서 '나도 저 자리에 서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는데 현실이 돼 기쁘다"며 "시상대에서 애국가를 들었을 땐 감격이 밀려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각 개인전에서 동반 결승 진출을 이룬 정소영(36·충청남도장애인보치아연맹)과 정성준(46·경기도장애인보치아연맹)이 아쉽게 은메달을 따면서 심적 부담도 있었다고 한다. 정호원은 "앞서 결승전에 나선 두 선배의 경기가 잘 안 풀려서 ‘반드시 내가 해야 한다. 해내겠다'는 다짐을 여러 번 했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 낙상 사고로 뇌병변 장애가 있는 정호원은 1998년 보치아에 입문했다. 오랜 기간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켜내며 보치아를 대표하는 스타로 발돋움했다. 정호원은 이날 금메달을 포함해 패럴림픽에서 총 7개(금 4개, 은 2개, 동 1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강선희(47·한전KPS)와 함께 나서는 페어 종목이 남았다. 정호원은 "개인전과 페어 2관왕에 오르는 게 최종 목표”라며 “통산 5개째 금메달을 채우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