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에 특검추천 ‘비토권’ 부여
9월내 처리...韓 고립무원
더불어민주당 등 야5당이 3일 ‘제3자(대법원장) 추천’ 방식의 네 번째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3자 추천’의 특검법 발의를 미루자 역으로 민주당이 다른 야당들과 함께 발의해 압박에 나선 것이다. 한 대표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회담한 지 이틀만이다.
민주당 박성준, 조국혁신당 정춘생,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안과에 네 번째 채상병 특검법을 제출했다. 앞서 민주당은 두 차례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모두 폐기됐고, 지난달에는 김건희 여사를 수사 대상에 포함한 세 번째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번 특검법은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면 민주당·비교섭단체 등 야당이 2명으로 추린 뒤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는 내용이다. 야당은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할 경우 후보 재추천을 요청할 수 있다. 야당에게 사실상 ‘비토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긴 것이다.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인 김용민 의원은 “한 대표가 공언한 대로 대법원장 제3자 추천 특검을 발의하니 (약속을) 이행하라는 취지”라면서 “반드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정치적 결단과 양보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수사 기간과 인력도 늘었다. 수사 기간은 20일(70일→90일)이 늘었고, 특별검사보는 3명에서 4명, 특별수사관은 40명에서 60명으로 늘렸다. 언론 브리핑 조항을 비롯해 특검 권한과 수사 대상 범위는 이전에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과 유사하다. 민주당이 두 번째 발의한 특검법엔 수사 대상을 대통령실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확대하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의혹이 포함됐다. 세 번째 특검법에는 김 여사를 수사 포함한 데 이어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 사건을 추가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독소조항”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이 주장했던 ‘제보 공작’ 의혹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논란을 촉발한 단체 대화방 대화를 폭로한 김규현 변호사가 민주당과 사전에 공모했다는 의혹이다. 김 의원은 “(제보공작을 포함하려면) 여당이 발의하면 된다”며 “이미 있는 법에서 인지된 사건을 수사할 수 있다고 돼 있다”고 했다.
야5당은 채상병 특검법을 이달 안에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내일 법사위에 법안을 올려서 소위로 넘어갈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기존 법(세 번째 특검법)과 병합심리를 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절충안이 나올 수 있고 의원들의 제안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로써 한 대표는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본인(한 대표)이 달았던 조건들을 다 수용해서 법안을 냈는데, 그것조차 안 한다고 하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발의한 네 번째 특검법 수용 여부에 대해 한 대표 최측근인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내용을 한번 봐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민주당은 이번 특검법을 고리로 계속 한 대표를 압박할 전망이다. 정 의원은 “처음 투표 때는 공개투표지만, 재의결할 때는 비공개이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번 특검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돌아와 재표결에 부쳐질 때 무기명 투표에서 국민의힘의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만약 그렇게 안 된다고 하면, 한 대표의 여당 내 입지라는 것은 궁색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