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을 앞둔 한 영화의 홍보스케줄 현장. 취재진 앞에서 감독과 출연진이 인사를 나누고, 영화 소개를 하는 시간이지만, 주연 여배우가 보이지 않는데요. 홍보자리에 보이지 않는 주연 여배우라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하지만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보입니다. 너무 그립지만 가까이 있을 수 없는 현재니깐요.
국내 최초 자연 번식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향한 지 벌써 5개월이 흘렀습니다. 4월 3일 눈물의 이별식을 끝으로 중국에 도착한 푸바오는 약 2달이 흐른 6월 12일 중국 남서부 쓰촨성 워룽 선수핑기지에서 대중에 공개됐는데요. 수많은 한국팬과 중국팬이 푸바오의 하루 일상을 공유하고 있죠.
하지만 더는 한국에서 만날 수 없는 ‘푸둔둔’ 푸바오. 애틋함은 날로 더 커져만 가는데요. 이런 속상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는 선물이 찾아왔죠. 바로 다큐멘터리 영화 ‘안녕, 할부지’가 4일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에버랜드는 콘텐츠 제작사 에이컴즈와 공동 제작한 감성 공감 무비 ‘안녕, 할부지’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전국 상영관에서 이날 동시 개봉하는데요.
“사랑을 준 건 나였지만, 행복을 준 건 너였어.”
선물이었던 모든 순간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안녕, 할부지’는 푸바오의 엄마·아빠인 아이바오와 러바오의 입국부터 푸바오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쌍둥이 동생 루이바오·후이바오까지 판다 가족과 주키퍼(사육사)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았죠.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바로 우리가 보지 못했던 푸바오의 이별기를 훔쳐볼 수 있다는 건데요. 올해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3개월간 여정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강철원(강바오)·송영관(송바오) 주키퍼 등 판다 할부지들의 못다 한 이야기가 인터뷰 형식으로 처음 공개됩니다. 푸바오와의 감동적인 재회 장면과 함께 제작진의 상상이 가미된 애니메이션도 만나볼 수 있죠.
예고편에 공개된 장면은 그저 눈물을 쏟을 만했는데요. 푸바오의 에버랜드 판다월드 마지막 출근날인 3월 3일, 모두 떠난 방사장에 홀로 남아 눈물을 흘리는 강바오와 푸바오가 떠난 날 푸바오의 내실을 정리하다 슬퍼하는 송바오의 모습은 마음이 쓰라릴 정도였죠. 해당 장면은 푸바오와 할부지와의 서사를 오랜 시간 지켜본 이들이라면 그저 저항 없이 터지는 눈물샘을 틀어막기에 바쁠 전망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푸바오를 사랑하는 푸덕이 돌멩이(푸바오 팬 애칭·관람객)들의 예매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봉을 하루 앞둔 3일 오후 3시 기준 ‘안녕, 할부지’는 영화 ‘베테랑2’에 이어 예매율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매율 15.1%, 예매 매출액은 약 4억5520만 원이죠. 이는 같은 시기 개봉작 예매율 1위 성적이기도 한데요. 한국 영화 화제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푸바오의 스타성을 엿볼 수 있죠.
팬들 사이에선 ‘주연 여배우 홍보 불참 논란’이라는 꼬리표(?)도 달렸는데요. 출연진 목록 최상단에 당당히 이름이 걸린 ‘푸바오’의 부재 때문이죠. 그를 보고 싶은 애틋함이 곳곳에 박힌 논란인데요. 뚠방한 매력을 맘껏 뽐내는 푸바오를 넘치게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넘치는 탓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에서 들려오는 푸바오에 대한 이야기들이 매번 긍정적이진 않아서인데요. 매일 오픈런이 벌어질 만큼 중국 현지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푸바오지만 걱정이 많아지는 요즘이죠. 공개 직전에도 푸바오가 선수핑 기지 ‘비공개 구역’에서 학대받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는데요.
중국 판다보전연구센터는 이런 의혹을 부인하며, 공개 시점을 앞당겼죠. 해당 의혹에 한중 이모들은 푸바오를 위한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푸바오는 판다 유치원 2호관에 있는 방사장을 새집으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총면적은 약 300㎡로 푸바오는 동그란 구멍을 통해 실내외를 오가며 생활 중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생각보다 관람객들이 푸바오 방사장에 맞붙어 있어 생기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죠. 푸바오 방사장에 카메라 렌즈 커버, 의자 등이 떨어지거나 혹은 떨어뜨리는 일이 벌어진 건데요. 푸바오가 해당 이물질을 입으로 가져가는 장면까지 포착되며 푸바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습니다.
최근에는 접객 의혹까지 터져버렸는데요.
실제로 푸바오의 활동량과 식욕이 줄어든 모습까지 겹치자 의문점은 더 커진 상황인데요. 이에 중국 판다센터 측은 “푸바오의 행동 변화와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푸바오가 ‘가임신’ 상태에 진입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판다의 가임신 기간은 실제 임신한 것은 아니지만, 임신이 가능한 성체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사람으로 치면 2차 성장기를 겪고 있는 셈이죠. 센터 측은 푸바오와 같은 연령의 자이언트 판다 몇 마리도 발정 행동을 보였다면서, 푸바오의 건강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는데요. 하지만 팬들의 시선은 아직 날카로운 상황입니다.
‘안녕, 할부지’ 속 푸바오의 한국 생활을 보고 싶은 마음 반, 그리고 현재 푸바오를 걱정하는 마음 반이 더해진 상영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부디 영화를 실제 걱정이 아닌 ‘그리운 마음’의 눈물을 쏟는 것으로 끝이 나는 상황이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