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날 3.45%, 8.02% 하락 마감
개인 저점 매수하는데…반도체주 ‘불확실성·변동성’ 모두 커져
증권가 “수익률 회복에 시간 필요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반도체주를 팔아치우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주가 큰 폭으로 하락하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다른 주도주를 찾아 떠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주 고점론에 대한 의견도 나오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8월부터 이날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조8937억 원, 1조2188억 원 순매도했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 순매수 1·2위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앞서 외국인은 상반기 삼성전자를 7조9971억 원, SK하이닉스를 3조8039억 원 순매수했다.
8월 들어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를 이끌던 반도체주에서 손을 떼면서 다른 업종의 대표 종목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8월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제약·바이오 대표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이차전지 대표주 LG에너지솔루션이다. 이 기간 외국인은 두 종목을 각각 2982억 원, 2607억 원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이 국내 반도체 대장주를 떠난 데에는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영향이 크다. 최근 엔비디아가 미국 경기 침체 우려와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 조사 등으로 급락하면서 반도체주가 위축되자, 국내 반도체주 투자에 대한 경계심도 커진 셈이다.
실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반도체주에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전날 일본 반도체주는 중국이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 경제적 보복을 하겠다고 경고하면서 급락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엔비디아(9.53%)를 필두로 인텔(-8.80%), AMD(-7.82%), ASML(-6.47%), TSMC(-6.53%), ASML(브로드컴(-6.16%) 등 대다수 주요 반도체 종목이 일제히 폭락했다. 미국 제조업 지표가 모두 예상치를 밑돌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탓이다.
간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2로 예상치(47.5)를 밑돌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이 발표한 8월 제조업 PMI도 47.9를 기록해 전망치(48)를 밑돌았다.
이미 외국인이 떠나면서 국내 반도체 대장주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8월 한 달간 삼성전자는 11.44%, SK하이닉스는 10.74% 하락했다. 엔비디아 급락세 영향으로 이날 하루 동안에만 삼성전자는 3.45%, SK하이닉스는 8.02% 하락하기도 했다.
다만 개인투자자는 반도체주의 급락세를 저점 매수 기회로 보고 쓸어 담는 분위기다. 8월부터 이날까지 개인은 삼성전자는 4조 원 가까이 순매수했고, SK하이닉스는 1조 원 넘게 사들여 각각 개인 순매수세 1·2위를 차지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주에 대한 비관론이 우세한 분위기다. 국내 반도체주가 연동된 엔비디아의 주가가 당분간은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봐서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선이 있는 해의 9월은 전통적으로 힘든 달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시장에 민감한 엔비디아 주가의 단기적 회복은 어려울 수 있다”며 “단기 조정 국면이 종료되고 4분기 지연된 블랙웰 판매가 시작되며 꾸준한 성장세를 증명할 경우 주가가 다시 반등할 가능성 역시 높다”고 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반도체 수익률 둔화는 글로벌 경기 우려, 미국 주식시장 대형주 집중도 하락이 맞물린 결과다”라며 “문제 해결을 당장 기대하기보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