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실적 베팅했지만…내리막길 계속
엔비디아가 미국 경기 침체 불안과 엔화 강세 등 영향으로 내림세를 끊지 못하며 ‘갓비디아’를 꿈꾼 서학개미(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와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전날보다 1.66% 내린 106.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3일(현지시간) 10% 가까이 급락한 데 이어 반등에 실패했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7일 98.91달러를 기록하며 하반기 들어 최저점을 찍었다. 주가는 지난달 23일 129.37달러까지 회복했지만, 최근 재차 꺾이고 있다.
이에 연고점을 찍은 6월(135.58달러), 연고점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한 7월(134.91달러) 등 하반기를 전후로 엔비디아 주가가 양호한 흐름을 나타낼 무렵 발행된 엔비디아 ELS 가입자들의 녹인(knock-in) 불안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기준 연고점 대비 약 22% 떨어진 상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전날까지 발행된 엔비디아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ELS 발행 규모는 원화·외화를 합쳐 840억 원이다. 이 기간 전체 해외주식형 ELS 발행 금액(1477억 원)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6~7월 엔비디아 관련 ELS 발행 액수(1006억 원) 역시 전체 해외주식형 ELS 발행 규모(2857억 원)의 약 35%에 해당한다.
엔비디아에 베팅한 서학개미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서학개미는 하반기 들어 엔비디아를 대거 팔아치우는 모습을 나타내다 최근 매수세로 전환했다. 7월부터 지난달 23일까지 서학개미는 엔비디아 주식 6731만 달러어치를 매도했다가 지난달 26일부터 전날까지 363만 달러어치를 담았다. 서학개미의 엔비디아 주식 보관금액은 108억8106만 달러에 달한다.
엔비디아 주가가 상승할 때 차익 실현에 나섰다가 29일 2분기 실적 발표를 전후로 호실적을 기대하며 매수에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서학개미의 예상을 무색하게 하듯 엔비디아는 시장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실적을 발표했고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증권가는 실적 공개 여파에 이어 좋지 못한 흐름을 보이는 미국 경제 지표, 미 법무부 엔비디아 반독점 조사 소환장 발송 등 악재가 엔비디아 약세를 이끌었다고 보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 하락에 따른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 축소 역시 엔비디아 주가를 흔들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인공지능(AI) 분야의 높은 시장점유율 기반으로 70% 중후반 매출총이익률을 기록하던 엔비디아이기에 반독점 조사는 더 부정적 이슈”라며 “엔화 강세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연관이 있으며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며 엔화를 매수할 경우, 기술주는 매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