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과 함께 은행권의 대출 관리가 강해지면서 사실상 대출이 꽉 막힌다. 이에 대출로 자금을 조달해 집을 사려던 실수요자들이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대출 문턱을 높이는 수요 억제 정책으로는 집값 대세 상승 국면을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며, 오히려 수도권 무주택자들의 피해만 커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로는 집값 상승 국면을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집값 상승 폭이 단기간 축소되는 등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란 것이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 IAU 교수)은 "대출을 규제하는 수요 억제 정책으론 집값을 잡을 수 없다. 이는 효력이 없고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이미 많다"며 "집값 상승 폭이 일부 축소되는 등 억제 효과는 3개월~6개월 정도에 그칠 것이고, 이후엔 오히려 더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급이 당장 늘어날 수 없고 시장 내 기대 심리도 여전해서 하락세로 전환되기 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다만 수요가 둔화하면서 아파트 거래량이나 가격 상승세가 일부 주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수 심리도 여전할 것이란 견해다. 실수요 선호가 높은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을 매수하려던 이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매수가 가능한 외곽 지역으로 옮겨갈 것이란 설명이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지금은 실수요 위주로 움직이는 시장이기 때문에 상급지를 찾던 사람들이 현상 유지나, 더 낮은 가격의 매물을 찾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이를테면 12억 원 이상 주택을 찾던 사람들이 9억 원 이하를 매수하는 식"이라며 "대출 규제로 매수 심리가 꺾이고, 급매가 나오는 하락장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비 강남권 실수요자, 무주택자의 피해만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인호 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집값이 오르는 지역은 대출이 필요 없는 자산가들이 매수하는 시장인데, DSR 규제는 대출을 끼고 집을 사는 사람들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의 거래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심 소장은 "정부의 압박에 부담을 느낀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리고, 대출 기한은 줄이는 '창구 지도'를 하고 있다. 이는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결국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대출 금리가 다르게 적용되면서 수도권 수요자가 역차별 받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가격의 집을 동일한 연봉의 소득자가 대출 받을 경우 수도권 거주자는 1.2%포인트의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되고, 비수도권은 0.75%포인트가 적용된다.
송 소장은 "거주 지역이 다르단 이유로 대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다른 것은 역차별"이라며 "서울과 수도권 모든 지역이 오르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신고가가 나오는 지역이 아니라면 굳이 DSR을 차등해서 적용할 필요가 없고, 생애 최초나 실수요자, 무주택자, 청년에게는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선 대출 한도 차이가 근소해 역차별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심 소장은 "연봉 6000만 원 기준으로 4억 원 정도 대출이 나오는데 이 때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대출 금액 차이는 1000만~2000만 원으로 크지 않다"며 "오히려 스트레스 DSR 3단계 로드맵 자체는 차주입장에선 대비가 가능해 바람직한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김 소장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집값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역차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