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EU, 실존적 위기 직면…매년 1000조 원 투자해야”

입력 2024-09-10 09:03수정 2024-09-1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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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있는 디지털ㆍ탄소중립 경제 창출 목적
“기업 합병 심사 완화해 규모ㆍ경쟁력 키워야”
11월 출범 ‘폰데어라이엔 2기’ 일부 반영 전망

▲마리오 드라기 전 ECB 총재가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경쟁력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브뤼셀/AFP연합뉴스

마리오 드라기(77)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9일(현지시간) 유럽의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매년 천조 원 가량의 공격적인 민관 투자, 경쟁정책 완화 등의 처방을 내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드라기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의 저조한 생산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150개 이상의 권고안을 담은 ‘EU 경쟁력의 미래’ 보고서를 제시하며 “개혁을 이행하지 못하면 유럽이 실존적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2010년대 초반 EU의 재정위기 당시 과감한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으로 유로존의 부채위기를 막아내 ‘슈퍼 마리오’라는 별명을 얻은 드라기는 유럽 대륙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 1명이다. 그는 유럽이 경제적으로 미국과 중국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으로부터 작년 9월 유럽을 구할 수 있는 보고서 작성을 의뢰 받았다.

그는 우선 EU가 경쟁력 있는 디지털ㆍ탄소중립 경제를 창출하기 위해 매년 최소 연간 7500억∼8000억 유로(1114조∼1188조 원)의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는 EU 국내총생산(GDP)의 4.4∼4.7%에 달하는 규모다. 그러면서 획기적인 혁신, 국방 조달, 에너지와 같은 분야에 대한 공공투자가 유럽의 생산성을 높일 민간 투자를 촉진하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WSJ은 “드라기의 핵심 주장은 중국과 미국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신흥 청정 기술 및 디지털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유럽의 경제적 고통이 심화될 것”이라면서 “그는 유럽이 이미 경제적으로 ‘위기 모드’에 있다고 짚었다”고 전했다.

또 이를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유로존 국가들이 연대 보증을 통해 공동명의로 발행하는 채권인 유로본드의 적극적인 발행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유럽 경쟁당국의 정책이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EU의 반독점 당국의 기업 합병 심사가 EU의 혁신을 촉진하고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한다”면서 “EU 관리들은 기업들이 더 쉽게 규모를 확장할 수 있도록 규제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제안 중 일부는 11월 이후 출범하는 ‘폰데어라이엔 2기’ 5년 임기 동안 정책 수립 시 어느 정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당수가 27개국의 만장일치 합의가 필요한 데다 공동채권 등 일부 사안의 경우 EU 내에서 여러 차례 논의됐으나 독일의 반대 등 회원국 간 입장 차가 크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도 유럽 정부가 이미 사회복지ㆍ군사 지출을 늘리라는 압박으로 재정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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