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의원 좌표찍기 캠페인 벌여
언론ㆍ방송사에 정책 논의 요구
이메일·전화 유도…투자자 목소리 여론전
미국 가상자산 업계는 정치 기부금 물량 공세를 넘어, 각종 협회를 통한 체계적인 여론전을 통해 워싱턴 정계에 입김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상자산에 부정적이었던 워싱턴의 분위기가 바뀐 데에는 블록체인협회, 스탠드 위드 크립토(Stand with Crypto) 등 각종 단체의 역할이 컸다.
10일 기준 가상자산 친화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대표적인 정치 단체인 '스탠드 위드 크립토'는 지지자가 143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5월 첫 출범 이후 올해 6월 등록된 지지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고 이후에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미국 내 가상자산 보유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지지자도 늘고 있다.
스탠드 위드 크립토는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주축이 돼 세워진 '정치 행동 위원회'(PAC)다. 코인베이스 측은 스탠드 위드 크립토 출범 당시 X(구 트위터)를 통해 "가상자산 커뮤니티를 지지하는 후보자와 직접 소통하기 위한 정치 행동위원회"라고 소개했다. 단체는 현재 코인베이스뿐 아니라 팍소스·크라켄 등 미국 내 주요 가상자산 기업과 협업을 하고 있다.
스탠드 위드 크립토는 국회의원·주지사 등 1000명이 넘는 정치인의 가상자산 정책 방향을 정리해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단순히 가상자산 찬성론자/반대론자로 구분하지 않고, 정책에 따라 A~F 등급으로 평가했다. A는 강한 지지(Strongly supportive), B는 지지(Supportive), C는 중립(Neutral), D는 반대(Against), F는 강한 반대(Strongly Against)로 분류했다.
이 단체는 또 투자자들이 정치인들에게 친 가상자산 정책을 요구할 수 있도록 메일링 및 전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신의 지역구 의원에게 직접 목소리를 내라"는 이른바 '좌표 찍기' 방식이다. 이날 기준 스탠드위드 크립토는 이메일, 전화 등 23만 8000여 건의 연락을 미국 내 정치인에게 취했다. 반면 가상자산 친화적인 정치인에게는 기부를 독려하며 직접 기부금 홈페이지로 연결해준다.
단체의 여론전은 정치인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대선 토론을 진행하는 CNN 등 언론·방송사에도 향한다. 방송사에 단체로 메일을 보내 대선 후보들이 가상자산 정책에 대해 논의를 하도록 요구한다. 특히 현지 업계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아직 가상자산 정책에 대해 직접 언급한 바가 없어 그의 입을 통해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듣고 싶다고 요구하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10일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격돌할 예정이다.
스탠드 위드 크립토는 정치인 기부금도 모으고 있다. 이들이 모은 자금은 100만 달러를 넘어서는데, 해당 자금은 모두 친 가상자산 슈퍼 PAC인 페어셰이크로 향한다.
미국 단체이지만 스탠드 위드 크립토는 올해 5월 영국에도 진출해 활발하게 활동을 벌이고 있다. 폴리곤 등이 파트너십으로 있으며, 런던을 주축으로 맨체스터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현재 600만 명 이상이 영국에서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