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할퀸 태풍에 원두값 급등
중국 소비둔화에 월병도 가격↓
中 침체 탓 철광석 3분의 1 급락
글로벌 원자재와 부자재 가격이 갖가지 돌발 변수에 요동치고 있다.
유럽과 동아시아 주요 농산물은 자연재해 영향으로 값이 치솟은 반면,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 탓에 철광석 국제 시세는 2년래 최저치에 머물고 있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영국 BBCㆍ블룸버그통신ㆍ베트남 VN익스프레스 보도 등을 종합하면 이런 혼란은 품목에 따라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글로벌 원두 가격이 태풍 탓에 솟구쳤다. 슈퍼태풍 ‘야기’가 세계 2위 커피원두 생산지인 베트남을 할퀴면서 원두 산지가 적잖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세계 커피 시장의 양대 품종 가운데 하나인 로부스타 원두 가격이 하루 만에 3% 가까이 급등했다. 역시 대표 커피 원두로 꼽히는 아라비카 가격도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3.8% 올랐다. 생산량 하락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세계 최대 로부스타 생산지다. 이곳에 30년 만에 닥쳐온 초대형 태풍 탓에 올해 작황이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선물 거래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유럽에선 극심한 가뭄 탓에 올리브 가격이 크게 올랐다.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유럽 전역에서 올리브유 가격이 상승 중이다. 이례적인 가뭄이 지속하면서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가격이 급등하자 스페인에서는 때 아닌 올리브 도둑마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비단 올해 일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유럽은 가뭄과 갖가지 기상 악화로 올리브 흉년을 겪고 있다. 올리브에서 시작해 식용 올리브유 가격도 덩달아 크게 올랐다. 가디언은 “스페인에서만 올리브유 가격이 4년 사이 3배 가까이 올랐다”고 보도했다.
자연재해가 아닌, 경기 위축으로 급락 중인 원ㆍ부자재도 있다. 철광석이 대표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제 철광석 가격이 약 2년 내 최저수준에 머물면서 주요 광산업체의 1~2분기 수익성이 하락했다"고 지난달 18일 보도했다.
대표적인 원인은 중국의 부동산 경기침체다. 현지 건설 경기가 위축되면서 세계적으로 철강 수요가 감소했는데 이는 곧 철광석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올해 들어서만 철광석 가격이 3분의 1 이상 급락했다.
FT는 원자재정보업체 아거스 분석을 바탕으로 “중국 칭다오로 수출되는 철광석 가격은 t당 92.2달러까지 하락, 2022년 11월 이후 최저치에 머물렀다”고 보도했다. 올해 1월 t당 140달러가 넘었던 철광석은 약 8개월 만에 생산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1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계절이나 시즌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광물자원의 특성을 고려하면 당분간 철광석 가격은 약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유럽과 동아시아의 자연재해만큼, 중국의 경기 위축이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
이날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의 8월 수출액(약 415조1000억 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8.7% 증가했다. 반면 경기 위축 탓에 수입은 고작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앞서 중국 현지매체 제일재경은 “중국 내수 둔화 속에 중추절 연휴(9월 15∼17일)와 국경절 연휴(10월 1∼7일) 등 이른바 ‘대목’을 앞두고도 주류와 월병(月餠)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이라고 8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