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리 AI전략' 타국도 필요 확인
중동ㆍ동남아 등 확장 가능성 커져
미국 빅테크 독점 틈새 공략 행보
미국 빅테크 구글 등의 공습에서 유일하게 자국 검색 엔진으로 자국 검색 시장을 지켜낸 네이버가 이번엔 인공지능(AI) 전쟁에서 미국 빅테크의 독무대에 맞서 싸운다. 국가의 데이터 주권과 규제 준수를 보장하기 위해 개발된 ‘소버린 AI’를 통해 영어권 중심의 AI 전쟁에서 세계 각국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AI 주권’을 지켜내겠다는 전략이다.
1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네이버랩스·네이버클라우드 등 팀 네이버는 10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글로벌 AI 서밋(Global AI Summit, GAIN 2024)’에서 사우디 데이터인공지능청(SDAIA)와 AI 분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SDAIA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직속 기구로 국가적 차원에서 데이터와 AI 전략을 실현하는 기구다.
이번 MOU를 통해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 데이터센터 관련 솔루션 및 서비스 △클라우드 솔루션 △아랍어 기반 LLM 구축 및 관련 서비스 개발 △지능형 로봇 및 관련 응용 서비스 연구 개발 등에서 SDAIA와 전방위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다. 단순히 AI 모델 구축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가 소버린 AI를 실현할 수 있도록 AI·클라우드·데이터센터·로봇 분야까지 폭넓게 손을 잡겠단 계획이다.
이번 업무 협약이 중요한 건 네이버가 글로벌 AI 전쟁에서 무기로 내세운 소버린 AI 전략이 타국에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버린 AI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사우디아라비아 뿐만 아니라 아랍어 LLM을 사용할 수 있는 중동 국가, 더 나아가 다른 언어 LLM 구축을 필요로 하는 타국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의 소버린 AI는 영어 기반의 AI에 대응할 수 있는 틈새 전략으로, 특히 중동 지역과 동남아시아 지역 등에서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네이버는 여러 나라 기업들과 업무 협약을 맺으며 소버린 AI를 공략하고 있다. 올해 3월 네이버는 사우디 아람코의 자회사 ‘아람코 디지털’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아랍어 LLM 기반의 소버린 AI 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 5월에는 필리핀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 ‘컨버지 ICT 솔루션즈’와 협약을 맺고 소버린 클라우드·AI를 활용한 필리핀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공식적인 협약은 없지만 네이버는 독일 이동통신사 도이치텔레콤과도 만나 소버린 AI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이같은 네이버의 행보는 글로벌 신(新) AI 전쟁에서 미국 빅테크 독점의 틈새를 공략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AI 시장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 AI 등 막강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내건 빅테크들에 점령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버린 AI만이 각국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또 소버린 AI는 AI 주권 확보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세계 각국이 미국 빅테크의 AI 기술에만 의존할 경우 각국의 민감한 데이터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등 국가 안보 차원에서 경고등이 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는 5월 21일 ‘AI 서울 정상회의(AI Seoul Summit)’ 정상 세션에서 “극소수 AI가 현재를 지배하게 되면 과거 역사·문화에 대한 인식은 해당 AI의 답으로만 이뤄지게 되고 결국 미래까지 해당 AI가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다양한 AI 모델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