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인공지능 빅데이터 정책연구센터장)는 12일 서울시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열린 ‘딥페이크 성범죄영상물 대응 전문가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인공지능은 일반화됐다”며 “일반화된 AI에 대해 일반화된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날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시청자미디어재단은 ‘딥페이크 성범죄영상물 대응 전문가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발제자로 나선 최 교수는 ‘AI로 생성한 콘텐츠의 지적재산권 침해’, ‘개인정보 및 사생활(프라이버시) 침해, ‘혐오·편향·차별 등 윤리 문제나 인권 침해’, ‘AI를 이용한 피싱 등 범죄 피해’ 등을 인공지능의 폐해로 꼽았다.
최 교수는 “지금의 딥페이크는 누구나 다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게 문제점이자 장점”이라며 “한 번 확산되고 나면 무한정 퍼지기 때문에 피해자의 완전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아동 및 청소년과 관련된 딥페이크 음란물 범죄에 대해선 매우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최근 논의되는 5~7년형보다 훨씬 더 (형벌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최 교수는 인공지능의 자율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규제가 AI의 발전을 막는 형태로 가선 안 된다. AI 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 규제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간 규제 비대칭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필운 한국교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는 “현재 우리나라 (온라인 서비스) 시장 규모를 고려했을 때, 자율규제가 실효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우므로 자율규제에 큰 기대를 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국내 사업자와 구글, 페이스북 같은 국외 사업자를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았던 ‘비대칭 규제’가 가져온 결과를 생각해야 한다”며 “유튜브, 텔레그램에 대한 실효적인 대응이 어렵듯 지금이라도 비대칭 규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순욱 너비의깊이 이사는 “2019년에도 이미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물은 음지에서 범람하고 있었다”며 “이를 고려하면 지금 정치인, 법조계, 시민단체 등에서 쏟아내고 있는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의 목소리나 대응방안, 법안 등은 상당히 늦은 감이 있다”고 비판했다. 최 이사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한국인의 얼굴에 특화된 딥페이크 영상 탐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실제 범죄 단숙에 활용한다고 발표했으나, 이 같은 탐지 기술은 항상 합성 기술보다 뒤처지게 된다”며 “근본적인 대응책이 되기엔 한계가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최 이사는 “산업적, 기술적, 법·제도적 대응의 유기적인 연계가 필요하다”라며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물의 제작 및 유통과 관련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적 대응도 연계의 한 축을 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방통심의위는 지난달 28일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물에 대응하는 10대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며 “그동안 협조가 잘 되지 않았던 텔레그램 측과도 몇 차례 화상회의 등을 통해 상호 긴밀한 대화 체계를 구축했으며 빠르면 이달 안에 처음으로 대면 회의를 하기로 합의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