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복되고 있는 ‘입마개 안 한 개’로 인한 갈등 문제를 정소연 법률사무소 다반 변호사와 함께 자세히 짚어 봤습니다.
Q. 한 아파트단지에 살고 있는 젊은 부부입니다. 저녁식사 후 유치원생 딸을 데리고 가볍게 단지 내를 산책하곤 하는데요. 비슷한 시간대에 제 딸보다 몸집이 큰 불독을 산책시키는 견주와 자주 마주칩니다. 입마개를 하지 않은 게 영 신경 쓰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지난주 어느 날 이 불독이 체구가 작은 딸을 보고 '왈!'하며 달려들더군요. 깜짝 놀란 아이는 엉덩방아를 찧고는 자지러질 듯 울어대고, 견주는 "죄송하다"라며 사과하곤 당황한 듯 목줄을 황급히 잡아당기고 자리를 떴습니다. 아이는 매우 놀랐는지 그날 밤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칭얼대더니 지난 며칠간은 TV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며 울기를 반복하는데요. 소아청소년과에서는 '놀라서 그럴 테니 며칠 지켜보자'라며 만약을 대비한 간단한 해열제를 처방해준 상황입니다. 견주를 찾아가 따끔하게 경고하고 싶은데, 법에 따라 주의를 주는 방법이 있을까요.
A. 올해 4월 27일부터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시행됐습니다. ‘맹견사육허가제’와 ‘기질 평가제’가 도입된 건데요. 맹견을 사육하려는 자는 동물등록, 책임보험 가입, 중성화 수술을 완료한 후 맹견사육허가를 신청해야 하고 시·도지사는 기질평가를 거쳐 맹견사육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개가 사람에게 짖으면서 달려들어 위해를 가한 경우라면 시·도지사는 그 개의 소유자에게 기질평가를 받을 것을 명할 수 있습니다. 기질평가 결과 공격성이 높은 경우에는 맹견으로 지정돼 사육허가, 보험 가입 등 강화된 맹견 소유자의 관리 책임져야 합니다. 맹견으로 지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시·도지사는 해당 개의 소유자에게 교육 이수 또는 개의 훈련을 명할 수 있습니다.
위 ‘불독’이 체구가 작은 사람 보면 공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면 견주에게 해당 불독에 대한 기질평가를 받을 것을 요청하거나 관할관청에 해당 불독에 기질 평가받을 것에 대한 요청하는 민원을 넣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Q. 동네에서 불독을 산책시키는 견주를 다시 마주쳤습니다. 화를 다스리며 "입마개라도 착용하는 게 좋겠다"라고 좋은 말로 권하니 "우리 개는 입마개 착용 대상이 아닙니다" 하고 답하며 제 갈 길 가시더군요. 찾아보니 프렌치 불독이라는 견종은 동물보호법이 규정하는 입마개 대상이 아니라고 돼 있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법은 입마개 대상이 되는 '맹견'의 조건을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개"라고 정의하고 있지 않나요. 사람 중에는 건장한 성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 딸처럼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어린이도 있고, 신체 기능이 민첩하지 못한 노인도 있게 마련입니다. 프렌치 불독은 맹견으로 규정돼 있지는 않을지 몰라도 아이나 노인 등에게 급작스럽게 다가가 짖어대며 위협하고 해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정말 법적으로 입마개를 규제할 방법이 없는 건가요. 법 개정이라도 필요한 건가요. 그렇다면 일반 시민인 제가 법 개정에 어떻게 관여할 수 있는지, 국회의원실에 전화라도 해야 되는 건지 그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A. 동물보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맹견’은 도사견, 핏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또는 동물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개로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개입니다. 동시에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또는 동물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어 기질평가에 따라 시·도지사가 맹견으로 지정한 개도 포함됩니다. 말씀하신 사안처럼 노인과 어린이에게 공격할 우려가 있는 개는 농림축산식품부령에 지정된 개가 아니더라도 기질평가를 거쳐 맹견으로 지정될 수 있습니다. 맹견 기질평가는 ‘입마개 착용’, ‘낯선 사람 지나가기’ 등의 가상 환경에서 맹견이 어떤 성향을 드러내는지를 평가하는 절차입니다.
‘맹견’을 동반해 외출할 때에는 목줄 및 입마개 등 안전장치를 하거나 탈출을 방지할 수 있는 이동장치를 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소유자 등은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습니다. 동물보호법에 규정된 맹견의 관리사항을 위반해 사람의 신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소유자 등은 2년 이하의 징역과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선고될 수 있고,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처벌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사람에게 공격하는 양상을 보이는 프렌치 불독의 견주는 개의 공격성이 분쟁 대상이 되기 전에 입마개를 착용시키고 외출을 하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새로 시행되고 있는 ‘맹견사육허가제’와 ‘기질 평가제’가 잘 정착되고 있는지를 관심 있게 살펴보시고 이에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시면 국민참여입법센터 누리집을 통해서 입법을 제안하실 수 있습니다.
Q. 답답한 마음에 관리사무소도 찾아갔습니다. 관리사무소로서는 아파트 내 방송을 틀어주는 것 외에는 별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식으로 말씀하시더군요. 실제로 "개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하는 매너를 보여달라"는 내용의 안내 방송이 2회 나오긴 했지만, 이 정도로 해당 견주가 생각을 바꿀지는 의문입니다. 이러다가 개 물림이나 개 짖음으로 인한 사고 등이 발생하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는 정말 일체 책임이 없는 건가요? 결코 이런 피해가 발생해서는 안 되겠지만, 혹시라도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시 관리사무소를 대상으로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또 견주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서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배상이 무엇인지도 알려주세요.
A. 맹견사육허가제 시행에 따라 ‘맹견’의 소유자는 자신의 맹견이 다른 사람 또는 동물을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한 경우 발생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또 민법 759조에 따르면 "동물의 점유자는 그 동물이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개 물림이나 개 짖음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한 경우 견주나 동물의 점유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견주가 보험에 가입된 경우라면 보험처리로 해결될 수 있겠죠.
개 물림 등의 사고의 피해자는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데 적극적 손해인 개에 물린 상처의 치료비, 개를 피하는 과정에서 다치게 된 허리통증 등에 대한 치료비, 얼굴을 물려 상처의 흉터 성형을 위한 성형수술비, 향후 치료비 등과 물림 사고로 인해 일을 하지 못하게 된 손해 등인 소극적 손해, 정신적 손해인 위자료 등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합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업무는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공동주택의 운영 및 관리업무 등’으로 열거되어 있고 개 물림이나 개 짖음으로 인한 사고가 이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 아파트 관리 주체는 동물의 점유자 등에 해당하지 않아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다만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안전한 아파트 환경 조성을 위해 안내 방송과 더불어 주민들이 펫티켓을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앞장서 주셨으면 좋을 듯합니다.
▲ 정소연 변호사
정소연 변호사는 제49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39기)에 합격해 2010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2012년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국선전담변호사, 2018년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보호정책과장, 2022년 법무부 인권국 인권정책과장으로 근무했다. 현재 법률사무소 다반 대표 변호사로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을 맡고 있으며 형사, 소년, 가사, 노무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