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중예산영화' 지원으로 산업 위기 극복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중예산영화' 제작 지원을 새롭게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간 독립예술영화 지원에 집중했다면, 영화산업의 허리를 책임질 중박영화 탄생을 위한 지원을 통해 무너진 영화계를 회복한다는 방침이다.
16일 영화계에 따르면 중예산영화는 고예산의 대형 상업영화와 저예산의 독립예술영화 사이의 중간규모 영화를 의미한다. 대략 누적관객수 300~5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중박영화를 말하는데, 총제작비가 대략 50억~100억 원 정도다. 최근 개봉한 영화를 예로 들면, 김한결 감독의 영화 '파일럿'이 대표적이다.
'파일럿'의 총제작비는 98억 원, 순제작비는 대략 6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ㆍ배급을 맡았다.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220만 명인데, 전날 기준 영화는 46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중박 흥행을 터트렸다.
이 밖에도 올 상반기에는 중박영화들이 대거 탄생하며 오랜만에 극장에 활력이 돌았다. 이제훈ㆍ구교환 주연의 영화 '탈주'는 누적관객수 250만 명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남한으로 탈주를 시도하는 북한군 병사와 보위부 장교의 추격전을 그린 이 영화는 올여름 한국영화 개봉작 중 처음으로 관객 수 200만 명 돌파했다. 제작비는 85억 원 수준이다.
이성민ㆍ이희준 주연의 '핸섬가이즈' 역시 코미디 장르에 집중하며 선전했다. 46억 원의 제작비가 들었는데, 누적관객수 170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캐나다 영화 '터커 & 데일 Vs 이블'을 원작으로 했다.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는 "'탈주', '핸섬가이즈', '파일럿' 등 손익분기점이 200만 명 안팎인 중급 영화가 흥행하며 여름 성수기에는 대작 영화라는 흥행 공식과 배급 패턴에 변화를 보였다"라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텐트폴 무비'라고 해서 유명 감독과 배우들이 참여한 고예산 상업영화가 여름 시즌과 추석 연휴에 맞물려 개봉했다. 텐트폴 무비는 흥행이 확실하게 보장된 영화로 그해 영화산업을 떠받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영진위 관계자의 말처럼, 이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영화산업의 지형이 변화하면서 텐트폴 무비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올해 역시 텐트폴 무비라고 할 수 있는 영화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이 유일하다.
한편 문체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5년 정부 예산안에서 영화 분야 예산은 전년 대비 12.5% 증가한 829억 원이 편성됐다. 문체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에도 한국영화산업의 회복이 생각보다 느림에 따른 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 재부흥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에산안에서 주목할 점은 중예산영화 제작 지원이 새롭게 편성됐다는 것이다. 기존 독립영화에 한정돼 있던 정부의 제작 지원 대상을 중예산영화로 넓힌다는 것인데 100억 원의 예산이 신규로 편성됐다.
윤양수 문체부 콘텐츠정책국장은 "영진위와 영화 업계 의견을 많이 수렴했는데, 중예산 영화 제작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더라. 다행히 기획재정부를 잘 설득해서 이번에 중예산 영화 제작 지원 부문의 예산을 편성하게 됐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