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이후 차세대 배터리 시장 선점 사활
국내 배터리 업계가 하반기 채용을 본격화한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를 위한 인재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삼성SDI는 경력사원 채용 공고를 내고 23일까지 서류를 접수한다. 모집 분야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 △전기차(EV)향 원형(46파이) 제품 개발 △차세대 전지극판 설비 개발 △건식 극판 공정 개발 △차세대 조립·화정 공정 기술 개발 등 모두 25개 직무다.
삼성SDI는 내년 초 46파이(지름 46㎜) 원통형 배터리 양산을 예고했고, 2027년경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하는 만큼 관련 인재 확보에 서두르는 모습이다. 이달 4~11일에는 3급 신입사원 서류를 접수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2일까지 하반기 연구개발(R&D)과 생산기술 신입사원을 모집한다. R&D 분야에서는 원통형 셀·팩 개발, 셀투팩(CTP)·샐투섀시(CTC) 등 신규 팩 설계, 양극재 기술 등 차세대 기술에 주력한다. 또 캐즘의 돌파구로 삼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기 위해 북미 지역 ESS 유지보수 관련 R&D 경력직도 채용한다.
SK온은 올해 말까지 차세대 배터리 공정 개발, 원통형 부품·공정·설비 개발, 무기소재 개발, 셀·시스템 개발 등의 직무에서 경력과 신입 박사를 수시 채용하고 있다. 특히 직무 경험을 우대사항으로 명시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서도 배터리 업계는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연초부터 채용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캐즘 이후 차세대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배터리 업계의 인재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여전히 연구개발 인력 수요를 따라잡긴 역부족이라서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배터리 업계의 석·박사급 인력은 수요 대비 약 700명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배터리사들은 대학교와 대학원에 잇따라 계약학과를 설립해 연구개발 인재 선점에 나섰다. 삼성SDI는 업계 최초로 성균관대에 학부생 대상으로 한 계약학과를 설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려대·연세대 등에서 석·박사 과정을 신설했다. SK온은 포항공대·서울대·카이스트(KAIST)·한양대 등에서 석·박사 장학생을 선발하고 인재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배터리협회는 현장 인력 육성을 위한 '배터리 아카데미'를 출범하고 6월부터 교육생 모집을 시작했다. 교육 과정은 기초 교육부터 셀 공정, 배터리 설계·평가, 배터리 소재 분석 등 전문 교육까지 아우른다.
글로벌 인재 확보에도 힘쓴다. 국내를 넘어 북미,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있어 현지에서 우수한 인력을 수혈하는 일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지난달 미국 R&D 연구소가 있는 보스턴에서 석·박사급 인재 초청 행사인 '테크 앤 커리어(Tech & Career)' 포럼을 열었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이 자리에서 "초격차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인재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5월 뉴욕에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프린스턴, 코넬, 아르곤 국립 연구소 등의 석·박사급 인재 40여 명을 대상으로 콘퍼런스를 가졌다. SK온은 SK이노베이션 계열사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매년 포럼을 열고 해외 인재와의 교류의 장을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