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넘겼지만…응급의료 공백, 앞으로가 문제

입력 2024-09-18 14:21수정 2024-09-1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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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에도 응급실 뺑뺑이 이어져…

▲조규홍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전공의 집단행동에 따른 응급의료 공백에도 추석 연휴 ‘응급실 뺑뺑이’ 사태가 속출하진 않았다. 문제는 앞으로다.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응급의료 역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추석 연휴 중 발생한 주요 ‘응급실 뺑뺑이’ 사례를 보면, 14일 충북 청주시에서 임신 25주 임신부가 하혈로 119 구급대에 신고했으나 75개 병원에서 수용 거부돼 6시간 만에 치료를 받았다. 다음 날에는 광주에서 손가락이 절단된 환자가 관내에서 수용 가능한 병원을 못 찾아 전북 전주시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16일에는 강원에서 안구가 파열된 환자가 15시간 만에 인천 소재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이송까지 강원·서울 소재 병원 수 곳에서 수용 거부됐다.

이들 사례를 전공의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 대란의 결과로 보긴 어렵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25주 이내 조기분만이 가능한 병원이 애초에 적고, 수지접합수술은 전국적으로 5개 전문병원을 포함한 일부 병원에서만 진료할 수 있어 평소에도 시·도 외 이송이 잦다. 전공의들의 피부·성형외과, 수도권 쏠림에 따른 지역·필수의료 약화로 과거에도 응급실 뺑뺑이가 빈번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브리핑에서 “고위험 분만과 신생아 보호, 수지접합수술과 같은 필수의료의 부족 문제는 전공의 이탈로 인해 새롭게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이전부터 있었던 문제”라며 “문제가 발생한 지역을 살펴봐도 수도권보다는 주로 지방이었다”고 말했다. 또 “연휴 전 일부에서 우려했던 의료 공백으로 인한 큰 불상사나 혼란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단, 안구 파열 사례는 현재 의료 대란과 무관치 않다. 180개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중 안과 응급수술이 가능한 센터는 평소에도 75곳에 불과했는데, 연휴 중에는 42~45곳으로 더 줄었다.

연휴 기간 응급실을 내원한 환자는 일평균 2만7505명으로 지난해 추석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경증환자 중심으로 줄었지만, 중증환자도 10% 이상 감소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의사가 400명 이상 줄고, 일부 응급의료기관 진료가 제한된 상황에서도 환자가 준 덕에 큰 혼란이 발생하지 않았다.

진짜 위기는 연휴 이후다. 의료기관 정상 진료로 응급실 쏠림은 완화하겠지만, 응급의료 역량이 급속도로 약화하고 있는 게 문제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9~10일 전의교협 참여 수련병원 중 53곳을 대상으로 긴급조사를 벌인 결과, 전공의 이탈에 따른 교대근무체계 붕괴와 배후진료 약화로 ‘1인 근무’ 의료기관이 늘면서 응급실 진료역량이 평소보다 50% 이상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상황은 부산 등 비수도권 의료기관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정부는 재차 의료계에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촉구했다. 조 장관은 “의과대학 입학정원과 의료개혁 과제 내용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정부는 얼마든지 마음을 열고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 장관은 일명 ‘의사 블랙리스트’가 업데이트된 데 대해 “전체 내용을 수사기관에 제공했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의사 블랙리스트’는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전공의와 의과대학생들, 응급실 근무자 등의 신상정보가 게시된 아카이브 형식의 해외 사이트다. 사이트 명칭은 ‘감사한 의사 명단’이다. 정부는 ‘의사 블랙리스트’를 작성·유포한 43건을 수사 의뢰했고, 경찰은 용의자를 특정하고 전공의 등 3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블랙리스트 작성은 계속됐다. 14일 ‘응급실 부역’ 항목의 응급실 근무자 명단은 삭제됐으나, 명단 업데이트가 예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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