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 협의체 골든타임 임박
협의체 구성·결과 도출에 난관
차기 대권 가능성에도 회의적
취임한 지 50여 일이 지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둘러싼 제반 상황이 녹록지 않다. 추석 전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여당·야당·의료계·정부) 협의체’ 출범은 무산됐고, 여당 지지율도 떨어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여권 안팎에선 “골든타임이 다가오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권의 황태자’이자 보수 진영 차기 대권주자 1위였던 한 대표에게 걸었던 기대치가 낮아지는 양상이다.
한 대표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의료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협의체 참여를 거듭 촉구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화 말고 다른 해결책은 없다”며 “정부와 야당도 더 적극적으로 더 유연한 입장으로 나서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한 대표는 추석 당일인 17일에도 의료계 주요 인사들을 만나 면담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18일은 직접 만남이 아닌 전화나 다른 방식으로 의료계와 접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언제까지 설득할 수 있는가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출범 시기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당정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에서 비상 대책을 실시한다고 할지라도 의료현장의 한계 상황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의 인내심도 한계 상황”이라고 했다.
한 대표도 전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절벽에서 뛰어내려야 될 상황이 되면 주저하지 않고 뛰어내려 보려고 한다”며 이른바 ‘골든타임’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친한계 인사는 “이 사태가 해결되면 어느 절벽에서건 뛰어내릴 준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대표직 사퇴설이 나왔지만, 또 다른 친한계 인사는 “당 대표 사퇴는 아니고, 앞으로 정부가 해나가는 일에 대해 민심이 부정적으로 반응하면 주저하지 않고 말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협의체 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은 보여주기식 행동만 할 뿐 협의체 구성에 굉장히 미온적”이라고 비판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노사관계에서 일명 ‘사’격인 대한병원협회(병협)가 협의체 참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이상 다른 단체들은 참여하기 어려워졌다”며 “무엇보다 2020년 9·4 의정합의를 기억하는 전공의라면 참여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했다. 9·4 의정합의는 문재인 정부 때 의·당·정이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한 대화를 합의한 사안이었지만, 끝내 파국을 맞았다.
협의체가 구성되더라도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역시 미지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의료계도 비슷한 이유로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는 중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협의체가 지지부진하게 흘러간다면 그 책임을 협의체 구성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한 대표가 질지 등에 대해 정치권은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벌써 여권 안팎에선 한 대표의 차기 대권 가능성에 회의적인 말들이 나오고 있다. 한 친윤계 의원은 “차기 대권주자에 한 대표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17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올해 말쯤이 되면 새로운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16대 대통령 선거가 있기 1년 전 여론조사에서 한 자릿수의 득표율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한 대표에 대해 “기대했는데, 막상 뭐가 없다”고 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대체할 사람도 없는 데다 어차피 내년 9월까지 임기일 테니 (당내 의원들은) 방관자로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