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150조 원 규모를 훌쩍 넘어서며 급격히 성장했지만,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ETF도 함께 늘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총 889개의 ETF 중 순자산총액이 50억 원 미만인 ETF는 81개(12일 기준)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ETF의 9%가 넘는 규모다. 연초만 해도 812개 ETF 중 50개(6.16%)에 불과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통상 한국거래소는 반기마다 순자산이 50억 원 미만인 ETF(상장 후 1년 이상)를 골라내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이후 다음 반기 말까지도 순자산 규모를 50억 원 이상으로 회복하지 못하면 거래소는 해당 ETF를 상장폐지한다.
순자산 50억 원 미만 ETF 중에는 ‘좀비 ETF’도 38개에 달했다. 좀비 ETF란 순자산이 50억 원 미만이면서 평균 거래량(60일)이 1000주를 넘기지 못하는 ETF를 말한다. 유동성이 낮은 만큼 상장폐지 위험도 큰 종목들이다.
자산운용업계는 대형사 ETF로 자금이 쏠리는 문제에 대해 하소연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운용사가 내놓은 ETF는 대형사 상품에 비해 주목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며 “상품성이 괜찮더라고 거래량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운용사 규모와 별개로 ETF 상품 발굴이 필요하다”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우후죽순으로 ETF를 상장시킨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F는 사실상 거래소가 모든 상장 업무를 도맡다시피 하면서 상품이 걸러지지 않은 채 마구 상장된 경향이 있다”며 “증권신고서를 수리하는 금융감독원에서도 좀 더 면밀히 관리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