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0.5%포인트(p)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 30개월 만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이다.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2023년 5월까지 10회 연속 금리를 인상했고, 이어 7월에도 0.25%p 올려 2001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25∼5.50%의 기준금리에 도달했다. 4회 연속 한꺼번에 금리를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기도 했다. 그러던 연준이 피벗을 택한 것은 고용이 식고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7월 고용지표가 발표된 지난달 초 금리 인하 실기론이 부각되며 금융시장이 요동친 것도 작용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를 향해 가고 있다는 더 큰 자신감을 얻었고,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한 리스크는 대체로 균형을 이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연준은 고용 악화에 대비한 선제 조치도 연내 내놓는다. 연준은 기준금리 전망 점도표에서 연말 전망치(중간값)를 종전 5.1%에서 4.4%로 낮췄다. 11월과 12월 두 번 남은 통화정책 회의에서 0.5%p 추가 인하를 예고한 것이다. 내년과 후년에도 강한 인하 신호를 줬다. 기준금리 중간값을 예측치 대비 각각 0.7%p, 0.2%p 내려 잡았다.
연준의 피벗은 글로벌 금리 인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해 영국, 스위스, 캐나다 등 주요국의 통화 당국은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글로벌 금리 차이에 편승해 수익 극대화를 꾀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지도 관심이다. 이 모든 변화가 소규모 개방 체제인 대한민국 경제엔 거대한 쓰나미가 될 수 있다.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운명의 갈림길이 될지도 모른다.
국내 기준금리부터 보통 뜨거운 감자가 아니다. 국내외 기류로는 당장 다음 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낮춰도 이상할 게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114.54)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0%로 2021년 3월(1.9%)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2021년 ‘미친 집값’에 견줄 만한 부동산 광풍과 빠르게 불어난 가계대출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구입 개별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은 이달 들어 9일까지 3조645억 원으로 하루 평균 3405억 원씩 늘었다. 8월보다 15% 적지만 6월, 7월과는 큰 차이가 없다.
해외 바람에 들떠 유동성을 푸는 ‘쉬운 선택’을 하다가는 부동산 거품을 키우는 최악의 종말을 맞을 수 있다. 게도, 구럭도 다 잃게 마련이다. 2022년 이후의 긴축 국면에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여간 아쉽지 않다. 이번 빅컷은 더 늦기 전에 빚더미 문제에 대처하라는 적색 경고등이다. 금리 인하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하기 전에 정책조합을 총점검할 필요가 있다. 방만하고 무책임한 정책대출 보따리를 이대로 놔두는 것이 타당한지도 밝은 눈으로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