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체코 공식 방문을 마치고 22일 새벽 귀국했다. 순방 기간 2박 4일 동안 윤 대통령은 일정을 꽉 채워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수주 굳히기에 집중했다. 약 24조 원 규모의 두코바니 원전 수주가 성사되면 주춤했던 국내 원전 산업의 회생 계기가 마련되는 동시에 ‘K-원전’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물꼬가 트일 거란 평가가 나온다.
이번 순방으로 한-체코 간 ‘원전 동맹’ 구축의 발판이 마련됐다는 게 대통령실의 평가다. 양국의 원전 관련 기업‧기관들은 윤 대통령의 순방을 계기로 원전 건설과 운영, 연구개발, 인력 양성, 방사성폐기물 관리 등 원전 생태계 전 주기에 걸쳐 10건 이상의 협약을 체결했다. 양국이 원자력 분야 전반에서 협력을 추진하는 교두보가 마련된 셈이다.
특히 한국과 체코 간 원전 동맹을 글로벌 원전 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체코 현지에 우리 기술을 전수하고 현지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K-원전 현지화’ 모델을 더 많은 시장에 수출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체코 원전 수출 결과에 따라 향후 체코 내 추가 수출은 물론, 제3국 시장 수출이 성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네덜란드와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폴란드 같은 나라들이 원전을 개발할 계획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한국과 협력할 잠재력이 크다”며 “만약 체코에서 (원전) 협력이 성공한다면 제3국 시장 진출을 함께 고려할 만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두코바니 원전 사업을 계기로 원전 건설을 넘어 공동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으로 이어지는 포괄적인 원자력 협력을 제도화해 나가겠다”며 “전략적 동반자인 한국과 체코가 앞으로 100년을 함께 내다보는 ‘원전 동맹’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낙수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특히 체코는 현재 테멜린 2기 원전 사업을 준비 중인 만큼 두코바니 원전 수주가 성사되면 테멜린 2기 원전 사업도 수주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두코바니 원전 사업 규모는 약 24조원으로, 테멜린 원전 사업까지 추가로 계약이 성사될 경우 전체 사업 규모는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한국과 미국이 글로벌 원전 시장에 동반 지출하기 위한 ‘글로벌 원전 동맹’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전 수출은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핵 비확산 문제와도 직결돼 한미 간 협력이 불가피한 분야이기도 하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도 한미 당국 간 긴밀한 논의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나아가 정부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바탕으로 한 원자력 안보·경제 동맹 구축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른바 원전 산업을 연결고리로 한 ‘글로벌 원전 경제공동체’ 구축도 노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양국 기관과 기업은 원전(19건), 경제(6건), 첨단산업·기술(19건) 등 분야에서 56건의 MOU를 체결했다. 양국 정부는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를 체결하며 교역 분야 협력 기반을 마련했으며, 양국 관계를 강화하는 내용의 ‘한-체코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과학‧기술‧혁신 분야에서 양국 간 공동 연구개발(R&D) 규모를 앞으로 10년간 3700만 달러(약 495억 원) 수준으로 늘려 실질적인 연구 협력에도 나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