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누가 당선돼도 AI 반도체 패권 경쟁 치열해진다”

입력 2024-09-23 09:12수정 2024-09-2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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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한미협회, 산업협력 컨퍼런스 개최
반도체·배터리 전문가들, 미국 대선 결과‧대응방안 논의
AI 반도체, 국가대항전 넘어 기업연합전으로
배터리, IRA 혜택 축소 가능성 우려

▲지난해 11월 15일 중국 베이징에 미국과 중국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베이징/EPA연합뉴스

한국과 미국 반도체·배터리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영향과 파장을 전망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미협회가 23일 서울 중구 상공회의소회관에서 ‘한미 산업협력 컨퍼런스’를 공동 개최했다.

컨퍼런스에는 최중경 한미협회 회장과 이형희 서울상의 부회장(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 박성택 산업부 제1차관, 제임스 킴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배터리 전쟁’ 저자,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등 국내외 첨단산업 전문가 및 연구원, 기업인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반도체분야 전문가들은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미국의 중국 견제와 자국 내 투자 확대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는 데에 뜻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산업의 위기 요인과 기회 요인을 잘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제발표에 나선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누가 당선되든 미·중 패권 경쟁은 반도체를 넘어 인공지능(AI)·양자컴퓨터 등으로 확전될 것”이라며 “특히 AI 반도체는 국가대항전에 더해 엔비디아 연합 대 미국 IT·첨단기업 위주로 형성된 반(反)엔비디아 연합(UA링크)간 대결 구도로 발전할 것이기 때문에 국내기업들의 전략적 판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해리스가 당선되면 동맹국과 함께 ‘COCOM 2.0(미국 중심의 수출 통제 기구)’ 같은 첨단기술 수출 통제 기구를 결성해 중국을 압박하고 ‘칩스법’ 개정을 통해 자국 내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트럼프가 되면 중국 압박과 자국 투자 확대 수단이 칩스법의 가드레일 조항 및 보조금 수령을 위한 동맹국 투자 요건 강화 형태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한국의 대응방안 관련해 “고성능 AI 전용 메모리칩과 선행기술, 표준 및 로드맵 설정 등 제반 분야에서 미국의 대체 불가능한 핵심 파트너 위치를 점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국내 메가 클러스터 생태계 확충, 차세대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과 인력 투자 등 중장기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게리 클라이드 허프바우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 대선에서 누가 되든 미국 내 반도체 투자에 크게 기여한 칩스법은 바뀌지 않겠지만 트럼프가 될 경우 사회복지분야 지출에 관심을 쏟는 해리스보다 보조금 확대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대중 압박에 대해선 “다음 대통령 임기 동안 반도체산업의 주요 관심사는 AI가 될 것”이라며 “고성능 반도체와 인재 확보가 필수인데, 만일 트럼프가 된다면 이 두 가지를 중국으로부터 철저히 차단하는 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 축소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주로 나왔다.

화상 연결로 주제발표에 나선 ‘배터리 전쟁’의 저자 루카스 베드나르스키(Lukasz Bednarski)는 “최근 수십 년간 미국 제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법안은 IRA”라며 “법 시행 후 2년 동안 리튬 광산, 배터리 공장 등 공급망 전반에 걸쳐 약 125개의 프로젝트가 추진됐고, 투자된 금액만 950억 달러(약 128조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반도체칩이 인쇄 회로 기판 위에 놓여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베드나르스키는 “해리스가 당선되면 IRA를 포함한 배터리 정책 전반의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며 “반면 트럼프가 된다면 IRA 혜택이 축소되어 한국 배터리 기업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서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총괄본부장은 “트럼프 재집권 시 행정부 권한을 활용해 IRA 지원 규모를 축소시킬 경우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우리 기업의 미국 투자 속도도 이에 따라 조절이 있겠지만, 미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잠재력 등을 고려했을 때 투자 규모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또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공급망 내재화가 시급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올해 시행된 공급망 기본법 등을 활용해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가격 차이를 좁히고 국내 배터리 소재 사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트럼프가 돼도 미국 내 IRA 수혜지역에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점을 감안하면 법안 폐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행정 권한으로 IRA가 후퇴한다면 미래 이익을 기대하며 단행했던 국내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들이 전면 재조정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탈중국 배터리 공급망 정책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배터리 원료·소재의 내재화 및 조달처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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