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제조기업에서 하이테크 기업으로 진화
생성형 AI로 전 세계 고객 반응 실시간 모니터링
“디지털 기술로 고객 만족도 높여나갈 것”
타이어는 단순한 자동차 부품이 아니다. 유일하게 지면과 맞닿는 부품인 만큼 승차감과 제동, 소음 등의 성능과 직결된 부품이다. 최근에는 모빌리티 기술 발전에 맞춰 타이어도 ‘스마트 타이어’로 진화하고 있다. 타이어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실시간 상태나 변형 정도, 수명 등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그룹은 모빌리티 산업 변화에 따라 발 빠르게 ‘디지털 전환(DX·Digital Transformation)’에 나선 기업 중 하나다. 2018년부터 디지털 전담 조직을 만들고 디지털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그룹 차원의 의지도 강하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사업 전 영역에서 데이터 활용을 강화해 고객 중심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통적인 제조기업이던 한국앤컴퍼니가 디지털 혁신에 주력하는 이유는 뭘까. 최근 경기 성남시 한국앤컴퍼니 본사 ‘테크노플렉스’에서 한국앤컴퍼니의 디지털 전환을 총괄하는 김성진 디지털전략실 전무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타이어 산업을 포함해 한국앤컴퍼니그룹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책임지는 김 전무는 최고정보책임자(CIO)와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겸임하고 있다. 김 전무는 삼성그룹, SAP, GE, 현대엘리베이터 등에서 디지털 및 정보기술(IT) 혁신을 총괄한 DX 전문가다.
김 전무는 “CIO는 인프라와 애플리케이션 운영 등 전통적인 IT 영역을 담당하고, CDO는 최근 기술에 속하는 인공지능(AI)이나 데이터를 도입해 디지털 전환에 주력하는 역할”이라며 “디지털 전환에는 전통적인 IT 영역과 새로운 기술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 만큼 현재 두 개의 영역을 통합해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앤컴퍼니의 뿌리가 되는 모빌리티 산업에서 디지털 역량은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그는 “타이어 산업은 모빌리티 수단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므로 매우 전통적인 동시에 미래지향적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며 “최근 자동차 업계의 화두로 자리매김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에는 타이어 데이터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고객에게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 즉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디지털 혁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중심에 바로 데이터가 있다”며 “데이터를 다루는 프로세스, 심도 있는 인사이트 확보를 위한 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비즈니스에 도움을 제공하는 긍정적 사이클을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부터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온 결과 타이어 제조 과정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관리하는 통합 데이터 분석 체계와 플랫폼도 마련하는 성과를 거뒀다. 타이어 생산 과정에서 수집된 사물인터넷(IoT)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구개발(R&D), 생산, 품질, 세일즈 관련 데이터 전반을 통합하는 동시에 효율적인 데이터 활용을 위한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도 함께 구축했다.
김 전무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전 세계 공장에서 타이어가 어떻게 생산되는 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분석할 수 있다”며 “생성형 AI를 활용한 타이어 패턴 디자인 개발과 글로벌 타이어 시장 수요 예측 등 AI 기반의 업무 영역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는 생성형 AI에 기반한 전기차 고객 반응(VOC) 분석 시스템도 갖췄다. 해외 전기차 커뮤니티 등 온라인에서 수집한 전기차 전용 타이어 관련 고객 반응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를 현업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생성형 AI의 한계로 꼽히는 ‘할루시네이션(정보 왜곡 현상)’도 획기적으로 낮췄다.
김 전무는 “예를 들어 고객이 ‘한국타이어를 써봤더니 주행 중에 낙엽 굴러가는 소리가 들린다’라고 썼다면 기존 방식으로는 이걸 데이터화하기 어려웠다”며 “하지만 지금 시스템으로는 이 글을 쓴 사람이 타이어의 소음에 대해 평가하고 있고 몇 점 정도의 점수를 주고 있다는 것도 데이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앤컴퍼니는 지난해 3월 자율주행 데이터 전문 스타트업 ‘쓰리세컨즈’의 자율주행 기술 부문을 인수하기도 했다. 김 전무는 “타이어 테스트를 위해서는 차량의 주행 속도나 브레이크 밟는 정도 등 굉장히 정밀한 제어가 필요한데 자율주행차로 테스트하면서 보다 상세한 레벨의 데이터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됐다”며 “해당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타이어의 마모 상태나 수명 등을 예측하는 기법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기존 제조 인력과 디지털 전문 인력 사이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김 전무는 “대부분의 전통적 산업 영역의 기업들이 동일한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며 “외부 디지털 전문가는 회사의 제조 분야의 지식을 이해하기 어렵고, 반대로 내부 구성원들은 데이터와 AI 등 디지털 영역을 낯설어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업 담당자와 데이터 전문가가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시너지를 창출해 나가고 있다”며 “현업 담당자와 데이터 전문가가 공동으로 데이터 플랫폼 구축, 타이어 패턴 생성, AI 활용 수요 예측 등 다양한 연구 과제를 수행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결과물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디지털 혁신은 어디까지나 회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며 목적 자체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전환이 화두가 되다 보니 때로는 디지털 신기술의 활용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이야기되고는 하는데, 디지털 혁신은 회사의 밸류업을 위한 수단임을 잊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본질이 가치를 창출해 고객에게 전달함으로써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한다면 디지털 전환은 그 과정 전반에서 차이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디지털 기술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고객의 만족도를 지속해서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