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스마트병원으로 진료 연속성 확보해야” [초고령사회, 의료AI 온다②]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해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질병 진단과 치료에 있어 병원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의료계는 노인성 질환, 만성질환자들의 진료 연속성과 건강 관리를 위해 스마트병원의 중요성도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다.
정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보화실장(가정의학과 교수)은 최근 경기도 성남시 병원진료실에서 본지와 만나 초고령화 사회에 스마트병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정 실장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고혈압 등은 초기 단계에 증상이 없어 병을 많이 키워서 병원을 방문한다. 이러한 질환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해 진료 연속성이 중요하다”며 “퇴원하고 나서도 재발하지 않을지,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을지 등 꾸준히 점검하기 위해 스마트병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마트병원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환자와 병원 구성원 모두의 편의성을 극대화한 의료기관을 뜻한다. 예약, 진료, 검사, 결제 등 모든 과정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뤄진다. 또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고 체계적인 병원 운영이 가능하다. 따라서 스마트병원에서는 의료진을 포함한 병원 구성원과 환자 모두 만족도가 높다.
정 실장은 “모든 환자의 건강상태에 대한 기록이 계속해서 생성되고, 이러한 정보가 적재적소에 잘 쓰일 수 있도록 ICT 시스템을 제공하는 게 스마트병원이다. 환자는 스마트폰 하나로 진료 예약, 수납 등의 업무를 모두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은 환자의 빠른 일상 복귀를 돕는 게 목표다. 병원 내 자원 낭비를 최소화해서 병상 회전율을 높이면서 수익을 창출해 직원들의 임금도 올라가게 된다. 효율적인 관리로 환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직원들도 행복해진다”고 소개했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스마트병원은 만성질환 관리와 진료 연속성 제공에 강점이 있다. 만성질환 환자들은 퇴원 후에도 디지털 헬스케어기기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당뇨병 환자가 연속혈당측정기(CGM)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고, 병원에 자주 방문할 필요 없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방적 조치를 할 수 있다.
의료진의 경험과 데이터 분석을 결합해 최상의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스마트병원의 특징이다. 정 실장은 “데이터 기반 의료는 환자의 건강 상태를 조기 발견하고, 필요한 치료를 신속히 제공함으로써 병을 미리 예방하거나, 더 나은 치료 결과를 도출한다. 의료비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기술이 발전하면서 의료 행위의 자동화가 이뤄지고, 인공지능(AI)이 의료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돼 의료 효율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의 스마트병원 구축은 2003년 개원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500병상 이상의 국내 종합병원 중 최초로 종이 없는 병원을 선언하고, 지난 20여년간 높은 수준의 스마트병원으로 거듭났다.
특히 분당서울대병원은 2016년 대학과 연구기관, 산업체와의 연계를 위한 ‘헬스케어 혁신파크’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병원 부속 연구시설로 국내 최초다. 의료AI를 활용한 영상 진단,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개발한다.
앞으로의 목표도 뚜렷하다. 정 실장은 “분당서울대병원이 의료 산업화에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후보물질 발굴 등 신약개발 전 과정, 의료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 병원 데이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헬스케어·바이오산업이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스마트병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한 정 실장은 “아프면 분당서울대병원이 생각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부터 병원 치료까지 모두 분당서울대병원이 됐으면 한다”며 “디지털헬스케어 산업화의 제일이 되는 병원,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이 가장 파트너로 일하고 싶어하는 병원이 되고자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스마트병원 구축과 의료 산업 발전을 위한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국가 통합 바이오빅데이터 구축사업, 건강정보 고속도로(본인진료기록열람시스템) 의료데이터 제공기관 확산체계 구축사업 등을 맡아 디지털헬스케어 시스템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정 실장은 “미래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전에 질병을 예측해 의료진이 먼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질 것”이라며 “굳이 병원에 안 와도 되는 환자들을 AI가 스크리닝해서 정말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만 병원을 찾는 세상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스마트병원 발전을 위해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은 필수다. 정 실장은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만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하지만 기업이나 병원에서 데이터가 필요할 때 협조적으로 공유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할 수 있도록 투자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