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연체율 20% 돌파…저축은행도 PF 부실 우려↑
PF 사업장 10곳 중 1곳은 구조조정 대상
‘부실등급’ PF 사업장 13.5조 경·공매 부담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기가 시작된 지 만 2년이 돼가지만, 정상화까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금융당국이 PF 부실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며 정상화에 발 벗고 나섰으나,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우려가 식지 않아 갈 길이 멀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2분기(6월 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3.56%를 기록했다. ‘9월 PF 위기설’이 불거졌던 전년 동월 연체율(2.17%)보다도 1.39%포인트(p) 상승한 셈이다.
특히 같은 기간 증권사의 PF 대출 연체율은 20.02%로, 전 분기보다 2.45%p 증가했다. 이는 전체 업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처음으로 20%를 돌파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PF 부실 위험 등을 이유로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하기도 했다. 증권업 이외에는 전 분기보다 1.26%p 늘어난 저축은행의 PF 대출 연체율(12.52%)이 그 뒤를 이으며 비은행업권의 PF 리스크를 키웠다.
PF 대출 연체율을 높인 데는 부실한 부동산 PF 사업장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금융감독원이 부실 우려가 되는 부동산 PF 사업장(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 33조7000억 원)을 대상으로 올해 강화된 사업성 평가를 한 결과, 유의 및 부실 우려 등급을 받은 사업장의 익스포저는 총 21조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부동산 PF 익스포저(216조5000억 원)의 9.7% 규모다. 전체 부동산 PF 사업장 10곳 중 1곳이 구조조정 대상인 셈이다.
이중 ‘부실우려’ 등급을 받은 13조5000억 원 규모의 PF 사업장은 이달부터 경·공매 매물로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의 예상치(약 7조 원)보다 2배 많은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부실 PF 사업장 구조조정 작업으로 연체율 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시장에서는 경·공매 절차가 지연돼 하반기 PF 대출 연체율이 더 뛸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대규모의 경·공매 매물이 모두 매각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점은 PF 대출 연체율 급등 우려를 더욱 키운다. 공급량이 많아지는 만큼 매물로 나온 사업장 입찰 가격이 과도하게 떨어질 수 있는 데다가,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 일부 사업장에만 쏠림 현상이 가중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찰 시 1개월 주기로 경·공매를 진행해 6개월 안에 이 많은 물량을 좋은 가격에 처분하는 건 행정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며 “경·공매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주체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선택의 폭이 넓으니 확실하게 좋은 물건만 가지려 하면서 당국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저축은행업권의 PF 부실 우려를 가장 크게 보는 분위기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가 발간한 ‘저축은행 부동산 PF 부실 정리 어디까지 왔나’ 보고서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관련 최종 손실 규모는 2조6000억∼3조9000억 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저축은행업권이 앞으로 4000억~1조7000억 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저축은행은 유의 및 부실우려 등급을 받은 사업장 비중이 22.4%로, PF 대출 연체율이 가장 높은 증권사(12.5%)보다도 크다.
이정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저축은행은 부동산 PF 익스포저에서 차지하는 유의 및 부실우려 비중이 다른 업종보다 크고, 관련 부실 위험이 높다”며 “하반기 유의 및 부실 우려 사업장의 경·공매가 진행될수록 매각 과정에서 손실 발생과 손실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