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금리 vs 변동금리…주담대 차주 고민 깊어져
“이자 고려했을 때 금리 차 1%p 기준으로 선택해야”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50~6.69% 수준이다. 고정금리(연 3.64%~6.04%)와 비교하면 변동금리 하단과 상단이 각각 0.86, 0.65%p 높다.
통상 변동금리 대출의 경우 은행들이 만기를 짧게 잡아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고정금리 대출보다 금리가 낮다. 반대로 고정금리 대출은 만기가 5년, 10년 등 길어 장기 금리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가산금리를 붙이기 때문에 금리가 높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정책적으로 '고정금리 확대'를 주문하면서 고정금리가 변동금리 보다 낮은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대출금리의 가파른 상승으로 차주들의 대출이자 부담이 크게 가중됐다.
정부는 고정형 주담대 공급을 확대해 가계부채의 질 개선을 위해 의도적으로 고정형 주담대를 늘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부터 시중은행에 자체 고정형 주담대 목표비율을 30%까지 늘리라고 지시했다. 은행권은 소비자들의 고정형 주담대 선택을 늘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금리를 조정했다. 그 결과 현재 10명 중 9명은 고정금리를 선택하고 있다.
문제는 금리 인하기가 다가왔다는 점이다. 현재 고정금리 주담대 금리가 변동금리 조건보다 1%p 가까이 금리가 낮다. 하지만, 한은이 금통위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변동금리 대출 금리가 고정금리 보다 낮아질 수 있다.
고정금리 주담대의 경우 금리 인하 여부에 상관없이 5년, 10년 동안 금리가 유지된다. 반면, 6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 변동형 주담대는 기준금리가 인하될 경우 낮아진 금리가 반영돼 금융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지금 당장 대출을 받는다면 고정형 주담대가 더 유리하지만,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 변동형 주담대 상품의 금리가 더 유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는 다음 달 11일로 예정돼 있다. 한은은 지난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13회 연속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한은 설립 이래 가장 긴 연속 동결이다.
미국의 빅컷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리인하 기조와 맞물려 금리를 내릴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여기에 당국의 강력한 규제로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떨어지고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이 소폭 줄어든 점도 금리 인하를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5대 은행의 지난 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28조869억 원으로 8월 말(725조3642억 원)보다 2조7227억 원 늘었다. 이는 8월 증가 폭(9조6259억 원)의 약 27% 수준이다.
은행권에서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격차가 1%p 이상일 경우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차주가 내는 이자를 고려했을 때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격차가 1%p 이내일 경우는 고정금리, 1%p 이상이면 변동금리가 유리하다"며 "막연한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변동금리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이어 “실거주 목적의 차주는 장기적 관점에서는 고정금리를 통해 불확실성을 줄일 필요가 있고, 투자 수요의 경우 최대한 낮은 금리 선택을 통한 금융비용 절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