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평균 73.3세까지 일하길 원해…생활비 보탬 주된 이유
“임금↓·고용 안정↑ 환경 구축 필요…신산업 경쟁력 키워야”
노인들이 많아지는 초고령화시대에서는 노동시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빈곤율이 높은 우리나라 노인들이 노후 소득 보장과 생계를 유지하려면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이 되는 기초연금 등의 현금성 복지 제공보다는 양질의 일자리에서 오랜 시간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어서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66세 이상 노인 상대적 빈곤율은 4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7개국 중 가장 높았다. 2021년에는 39.3%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에스토니아에 이어 두 번째)를 보였다. OECD 평균(13.1%)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상대적 빈곤율은 균등화 중위소득 50% 이하에 해당하는 인구의 비율을 말한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전체 인구 빈곤율(15.1%)과도 큰 격차를 보인다. 그만큼 고령층에서 저소득자가 많다는 얘기다.
이는 국가에서 제공하는 기초연금 등의 노인 복지 정책이 노인들이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의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세금으로 마련한 재원으로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노후소득 보장제도의 하나로,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완화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현재 월 최대 30만 원이 지급되고 있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해 2026년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등 저소득 노인부터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인상한 후 2027년에는 지원 대상을 전체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데 비해 노인 빈곤 완화 효과가 의심스럽고,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중하위 소득계층의 국민연금 가입 동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현금성 복지보다는 양질의 일자리 제공이 초고령사회에서의 노인 소득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는 일하고 싶은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뒷받침한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5월 기준 고령층 취업자는 943만6000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31만6000명 늘었다.
전체 고령층 중 취업자와 실업자를 합친 경제활동인구의 비율을 뜻하는 경제활동참가율은 전년대비 0.4%포인트(p) 오른 60.6%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장래에 일하기를 희망하는 고령층은 전년대비 49만1000명 늘어난 1109만3000명으로 조사됐다. 장래 근로 희망자는 전체 고령층의 69.4%를 차지했는데, 지난해 같은 때보다 비중이 0.9%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현재 일을 하고 있는 고령층의 93.2%는 계속 일하길 원했다. 근로 희망 사유로는 '생활비에 보탬'(55%)과 '일하는 즐거움'(35.8%) 순으로 많았다. 장래 근로를 희망한 고령층은 평균 73.3세까지 일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노인인구 10% 이상에 해당하는 노인 일자리를 올해 103만 개에서 내년 109만8000개로 확대한다. 2004년 도입된 노인 일자리 사업은 노인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공익활동·사회서비스·민간형 3가지로 구분된다. 이중 공익활동형이 70%에 육박한다.
그러나 노인일자리 양은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질적인 부분은 취약한 실정이다. 공익활동 기준으로 하루에 3시간, 한 달에 열흘만 일할 수 있어서 한 달 보수가 29만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가 민간부문에서 계속고용제(정년연장 포함) 등 고령자가 오랜 시간 동안 일할 수 있는 제도 마련과 함께 현재 열악한 노인 일자리 임금 수준을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특히 그는 "기초연금의 경우 기초생활보장 급여와 연계되면서 합산액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생계급여액이 깎인다"며 "이는 극빈층 노인이 사실상 기초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극빈층 노인 소득 제고를 방향으로 지급 체계를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로 40대 후반이 되면 주된 일자리에서 정년(60세)를 못 채우고 퇴사를 하게 된다. 이유는 기업들이 이들에게 고임금을 주는 게 부담이 돼 퇴사를 유도하기 때문”이라며 “임금을 적게 받더라도 안정적으로 길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정년연장 논의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신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라며 “미래 먹을거리가 있어야 노인에 대한 양질의 일자리 제공이 가능하다. 이에 대비해 퇴직자들에 대한 신산업 전직 직업 훈련도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