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조사국 ‘글로벌 공급망으로 본 우리 경제 구조변화와 정책대응’ 보고서 발표
“정책당국, 국제R&D협력체 참여 및 ESG 기준에 맞춘 수입국리스트 사전 관리 시급”
한은 조사국은 27일 한은과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글로벌 공급망으로 본 우리 경제 구조변화와 정책대응’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세미나의 주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AI 시대’였다.
연구팀은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인식이 과거 경제성장의 원동력에서 최근에는 리스크의 원천으로 크게 바뀐점을 진단하면서 우리나라가 공급망 변화에 크게 노출된 점을 주목했다. 공급망 관점에서 우리나라 경제는 △제조업에 치중된 생산구조 △높은 수출의존도 △높은 잠재력에도 성장세가 더딘 서비스 수출 △일부 신산업 중심으로 원자재 수입 안정성이 요구되는 상황 등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미래의 공급망 변화와 우리 경제구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산업 전략으로 △첨단제조업에서 기술 우위 유지 △국제적인 전략적 협력을 통한 수입 공급망 안정성 강화 등을 제시했다. 서비스 수출 확대 전략은 제조업 내재 서비스와 디지털 서비스라는 투트랙(two-track)으로 전개하고, ESG 공급망으로의 전환도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구팀은 정책당국의 역할이 시급하다고 당부했다.
연구팀은 “반도체 산업에서는 초격차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NSTC 등의 국제 R&D협력체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배터리·전기차 산업의 경우, 원자재 확보의 공공재적 성격을 감안할 때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만큼 수입선 다변화, 핵심광물 비축을 다방면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ESG 기준에 맞춰 수입국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해야 한다”며 “제조업과 서비스업, 내수와 수출의 경계가 흐려지는 상황에서 기술 간 융합을 저해하는 업종별 구분에 근거한 규제를 대폭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리처드 볼드윈(Richard Baldwin) IMD 교수는 최근 서비스 교역 확대와 지정학적 환경 변화로 글로벌 공급망(GVC)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제조업 부문의 글로벌 교역은 2008년 이후 성장이 정체돼 있는 반면,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부문 교역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비스 교역 증가는 선진국의 막대한 서비스 수요와 신흥시장국의 공급 역량이 결합된 결과인데, 디지털 기술 발전은 서비스 수출 장벽을 낮춤으로써 이를 가속화하는 요인“이라며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AI 기술 발전은 서비스의 해외 아웃소싱을 가속화하고 신흥국으로의 인력 유입을 촉진한다“고 부연했다.
볼드윈 교수는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대해서 세계는 미국이 주도하는 단극(unipolar) 체제에서 특정 국가가 글로벌 리더십을 독점하지 않는 다극(multipolar) 경제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러한 지정학적 환경은 제조업 부문의 글로벌 공급망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출기업들은 ‘차이나+1’이나 ‘니어쇼어링’과 같은 공급망 전략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들은 제조업 재유치(reshoring)에 전력을 다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글로벌 교역은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따른 제조업 공급망 변화와 AI 등 기술발전에 힘입은 신흥국의 서비스 공급망 참여에 모두 영향받겠지만, 후자의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