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자료물 ‘증거능력 유무’ 쟁점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법원이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물의 증거능력 유무가 주요 쟁점이 됐다.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는 30일 오후 2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이 회장과 삼성 전·현직 임직원 등 14명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은 첫 공판기일 직전인 27일 재판부에 2차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원심 판결 전후로 새롭게 확인된 사실관계가 있고 추가로 수집한 증거가 반영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였다.
검찰은 형식적 이사회 결의를 통한 합병 거래 착수·업무상 배임, 의결권 확보를 위한 삼성물산 주식 전격 매각, 주주 설명 자료 배포 등을 통한 허위 정보 유포, 용인 에버랜드 관련 허위 개발 발표 등 혐의 대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재판부는 “쟁점 범위를 회계 부정 등 최대한 넓게 보면 포섭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공소장 변경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자료의 증거 능력에 관해 검찰과 변호인 측의 공방도 이어졌다. 앞서 1심은 해당 자료가 위법하게 수집됐다며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이 사건의 중대성과 영향력을 고려해 적법절차를 준수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며 “원심은 실제 압수수색 진행 과정 및 전자정보 선별 등의 준수 여부를 면밀히 판단하지 않고 공소사실 입증에 필요한 핵심증거의 능력을 부정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선별절차 없이 일체로 압수된 증거는 적법하게 수집한 증거라고 볼 수 없다는 게 원심 판단”이라며 “이런 선별절차가 적법한 압수에 필수적 전제가 된다는 것은 대법원 판결에 비춰 보아도 명확하다”고 받아쳤다.
이 회장은 2015년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회장이 23.2%의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 주가를 높이기 위해 보유하지 않은 삼성물산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춰 합병을 진행했다고 봤다.
올해 2월 1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 및 그룹 승계 목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며 이 회장의 19개 혐의 모두 무죄로 판결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5월과 7월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하며 내년 1월 말 이전 선고를 목표로 두고 있다고 밝혔다. 11월 25일에는 변론을 종결하겠다는 것이 재판부의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