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았던 엔화 가치 다시 약세로
9월 엔화예금 잔액 1조1495억엔
전달보다 347억엔 늘며 증가전환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이 1조1000억 엔에 머물고 있다. 원·엔 환율이 960원까지 오르자 엔테크족(엔화+재테크족)이 대규모 환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말까지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엔화 상승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엔화예금 잔액은 9월 말 기준 1조1495억 엔으로 전달(1조1148억 엔) 대비 347억 엔 늘었다.
지난 2월 1조2000억 엔을 돌파했던 엔화예금은 6월까지 꾸준히 늘어 상반기에만 1598억 엔(약 1조4700억 원) 불어났다. 100엔당 85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엔화를 미리 사두려는 엔테크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7월 감소세로 돌아선 뒤 8월에는 1조1000억 엔대까지 떨어졌다. 작년 10월(1조488억 엔) 이후 10개월 만의 최저치다. 100엔당 원·엔 재정환율은 7월 말 905.44원에서 8월 5일 960원대로 오르면서 작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800원대에 엔화를 사들였던 투자자들은 900원 이상으로 오르자 환차익을 보기 위해 매도에 나섰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98억1000만 달러(약 1조4643억엔)로 전월 대비 2억9000만 달러(약 424억엔) 감소했다. 엔화 강세에 따른 현물환 매도가 증가한 영향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다만,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관측이 후퇴하면서 당분간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와 취임 후 면담에서 “개인적으로 추가로 금리를 올릴 환경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르면 12월 일본이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은 내년 1월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신한투자증권은 “이시바 총리는 국민 지지를 얻기 위해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엔화는 일본 은행의 우에다 총재의 금리 인상 신중론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빅컷(한번에 0.5%포인트(p)인하)기대감 축소 등으로 140~145엔 박스권 내 움직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화 값이 오르더라도 올해 상승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현시점에서는 분산 투자할 것을 추천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의 성장세를 봤을 때 엔화 강세와 달러 약세 현상이 계속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이시바 총리가 금리 인상에 선을 그은 만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