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매수 수량 조건도 삭제
최윤범 회장 측과 동일 가격·동일 조건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4일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기존 주당 75만 원에서 83만 원으로 상향하고, 최소 매수 수량 조건도 삭제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 조건과 동일하게 맞춘 것이다.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이날 오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개매수신고서 정정 공시를 냈다. 최대 매수 수량은 302만4881주(약 14.6%)로 이전과 동일하고, 청약 주식 수가 미달하는 경우에도 주식 전량을 매수하기로 했다.
이는 최 회장의 공개매수 조건과 같다. 고려아연은 2일 전체 발행 주식 수의 15.5%에 해당하는 자기주식(자사주) 320만9009주를 주당 83만 원에 공개매수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최소 지분 5.87%를 넘지 못하면 자사주를 취득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지만, 공개매수 시작 전 이러한 조건을 삭제했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위법성이 다분한 최 회장의 자사주 공개매수로 인해,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MBK와 영풍의 정당한 공개매수가 방해를 받았다”며 “시장에서 최 회장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배임 등 법적 리스크가 많고 회사 및 남은 주주들에게 재무적 피해를 끼친다는 점이 충분히 이해되려면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 조건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 주당 75만 원도 충분한 프리미엄으로 인식됐으나 주당 83만 원과는 아무래도 가격 차이가 있어 가격을 맞춤으로써 기존 투자자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했다”며 “무엇보다 1주가 들어오든, 300만 주가 들어오든 모두 사들여서 반드시 고려아연의 기업 지배구조를 바로 세우고, 심각하게 훼손된 기업가치, 주주가치를 회복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영풍·MBK의 공개매수 기간은 이달 14일까지로 연장됐다. 공개매수 대금 역시 2조2700억 원에서 2조5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MBK는 이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승부처로 꼽히는 영풍정밀의 공개매수 가격도 주당 2만5000원에서 3만 원으로 높였다. 역시 최 회장 측과 동일한 가격이다.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영풍정밀 경영권을 확보하면 고려아연 의결권 3.7%를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시장에서는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가격을 추가로 올릴지 주목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이번 공개매수에 회사가 보유한 현금 등을 활용한 자기자금 1조5000억 원과 차입금 1조1635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만큼, 메리츠증권을 대상으로 발행하기로 한 1조 원 규모의 회사채와 4000억 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이 여유분으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에게 가격 프리미엄을 확실하게 줘야 하기 때문에 가격 상향을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