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명품 브랜드보다 저렴·신선한 디자인에 패션업계 라인업 확대
신세계인터 '엔폴드' 상반기 매출 198%↑…LF '빠투' 숄더백, 이부진 효과로 ‘불티’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패션업계의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신(新)명품’ 브랜드는 유독 호실적을 내고 있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정통 럭셔리 브랜드보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을 앞세운 해외 수입 신명품 브랜드는 이미 MZ세대의 꾸안꾸(꾸미지 않은듯 꾸민) 패션으로 인기다. 이에 국내 주요 패션업체들도 앞다퉈 신명품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6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삼성패션)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것은 신명품을 앞세운 해외 브랜드다. 이들 브랜드는 전체 매출 중 약 30%에 이른다. 삼성패션은 메종 키츠네, 아미, 르메르부터 일명 ‘자·스·가’로 불리는 자크뮈스, 스튜디오 니콜슨, 가니까지 탄탄한 신명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자스가의 올해 누적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약 80%, 30%, 80% 각각 성장했다.
삼성패션 자사몰 SSF샵의 올 상반기 매출을 이끈 것도 신명품 브랜드다. SSF샵의 올 상반기 최고 매출 제품은 하트 로고가 새겨진 아미의 폴로 셔츠다. 티셔츠 하나만으로 약 1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2위는 ‘여우 로고’가 특징인 메종 키츠네 아이템이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엔폴드, 꾸레쥬 등을 론칭하며 신명품 라인업을 확대 중이다. 2022년 9월 론칭한 엔폴드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보다 198.1%나 늘었다. 엔폴드는 로고를 크게 부각하는 기존 신명품과 달리 로고를 드러내지 않는 디자인임에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4월까지 벌써 국내 네 번째 단독 매장을 오픈했다.
작년 9월 첫선을 보인 꾸레쥬도 급부상한 신명품 브랜드로, 세련된 디자인 덕분에 큰 인기다. 8월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이어 센텀시티점까지 잇달아 단독 매장을 열었고, 한국 공식 온라인 스토어도 열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릭 오웬스, 사카이, 알렉산더왕 등도 전개하고 있다.
LF도 수입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신명품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LF의 대표 신명품 브랜드는 이자벨 마랑, 포르테포르테, 바쉬 등이다. 특히 바쉬는 올해 9월까지 누적 매출이 전년 대비 2배가량 성장했다. 작년 3월 들여온 빠투는 그해 11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검정 숄더백 ‘르 빠투 백 블랙’을 착용해 화제를 모았다. 착용상 공개 직후 2주간 가방 판매량이 직전 2주 대비 약 1000% 늘었다.
LF는 수입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을 새단장하거나 신규 오픈하며 점유율을 확대 중이다. 이자벨 마랑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를 4월 리뉴얼 했다. 포르테포르테도최근 갤러리아백화점 본점에 국내 1호 단독 매장을 열었다.
LF 관계자는 “이자벨 마랑의 보헤미안 무드를 강조한 가을·겨울(FW) 시즌 레더 재킷은 출시와 동시에 품절되며 리오더에 들어갔다”면서 “바쉬도 스웨이드 재킷, 니트웨어 등이 완판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업체들은 새로운 신명품 브랜드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체 편집숍 등을 활용해 고객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삼성패션은 자체 편집숍 10꼬르소꼬모, 비이커를 통해 다양한 해외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이곳에서 매 시즌 소비자들의 반응을 분석하고, 판매 현황과 경쟁력 등을 살펴 해당 브랜드 라인을 확장하거나 단독 수입 여부를 결정한다. 반응이 좋은 단독 수입 계약 브랜드를 중심으로 플래그십 스토어 또는 단독 매장을 열고 있다.
LF도 서울 압구정 편집숍 ‘라움 웨스트(라움)’를 통해 국내에서 소개되지 않았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수입 브랜드를 선제적으로 들여와 한국 시장에 정착시키고 있다. 라움에서 반응이 좋은 브랜드는 LF가 국내 유통 계약, 단독 매장을 낸다. 빠투, 포르테포르테가 라움을 통해 성장한 대표 브랜드다. 4월엔 리뉴얼 확장을 통해 라움을 기존 대비 3배 넓혔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자신만의 스타일과 멋을 표현하려는 MZ 수요를 공략하기 위해 국내 패션업체들이 잇달아 신명품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고물가 속 소비 침체에도 신명품은 정통 명품과 차별화한 신선한 디자인, 매력적인 가격대로 없어서 못 파는 상품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