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한발 늦은 삼성…사활 걸어야
AI 솔루션 뒤처져진 위기의 인텔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같은 업황에서도 AI 흐름에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따라 실적이 대비되는 모습이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집중한 마이크론과 대응이 늦었던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엇갈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공시를 통해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9조 원, 9조1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2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6.6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2.84%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21%, 영업이익은 274.49% 증가했지만, 증권가의 영업이익 전망치보다 1조3000억 원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번 잠정 실적에서 사업 부문별 실적은 밝히지 않았지만, 증권가 연구원들이 한때 8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5조 원이나 그 이하로 떨어졌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반면 미국 메모리업체 마이크론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4분기 ‘깜짝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7억5000만 달러, 15억2000만 달러로 기록됐는데 이는 3분기 대비 각각 13.9%, 111.5% 증가한 것이다. 분기 기준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으나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한 삼성전자와 대비된다.
인텔은 2분기(4~6월) 기준 매출액 128억3300만 달러, 영업손실 19억6400만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129억4900만 달러 대비 1% 감소했고, 영업손실 또한 93% 대폭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각기 다른 성적표를 받은 것이 AI 대처 능력과 연결된다고 보고 있다. 우선, 마이크론과 삼성전자의 실적이 대조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로 HBM이 꼽힌다. HBM은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반도체 패키지로 AI 시대에서 높은 몸값을 기록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의 영업이익이 이렇게 크게 올라간 것은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이라며 “전체 HBM 시장에서 마이크론의 비중이 많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전략적으로 D램 공장을 HBM으로 전환하는 등 HBM 양산에 집중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올해 3월 HBM ‘큰손’인 엔비디아에 HBM 5세대인 HBM3E 8단 인증을 완료하고 양산 판매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아직 제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HBM 제품 품질에서도 아직은 삼성전자보다 마이크론이 조금 더 앞선 상황이며 큰 수요처인 엔비디아에 HBM3E를 납품하기 때문에 두 회사 격차가 벌어진 것처럼 보인다”며 “삼성전자는 오래 전부터 HBM을 조 단위로 양산해 왔고, 마이크론은 현재 HBM 관련 설비를 막 증설하고 램프업(생산량 확대)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HBM을 조금만 판매해도 영업이익이 크게 오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HBM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인텔은 AI 솔루션 관련 시장 대응에서 뒤처졌다. 그간 인텔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최강자로 군림해왔는데, 올해 반도체 수요가 CPU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쏠리면서 창사 이래 위기를 겪고 있다는 평가다.
인텔의 2분기 데이터 센터 및 AI 부문 매출은 30억5000만 달러로, 시장 전망치인 31억4000만 달러를 밑돌았다.
향후 실적 전망 역시 녹록지 않다. 인텔은 3분기(7~9월) 매출 전망치를 125~135억 달러로 예상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143억5000만 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설상가상으로 2021년 재진출을 선언한 파운드리 역시 부진을 겪고 있다. 시장에서 AI향 메모리 수요가 늘면서 선단 공정 경쟁력도 중요해졌는데, 대만 TSMC 독주에 밀리고 있어서다. 실제로 인텔 파운드리 물량 대부분은 자사 CPU가 차지하고 있다.
인텔 파운드리의 상반기 누적 적자는 53억 달러에 달한다. 이에 결국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하기로 했다. 독일과 폴란드에서 진행하고 있던 공장 건설도 잠정 중단했다.
인텔은 인건비 감축을 위한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우선 전체 직원의 15%를 감원할 계획이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인원 감축은 약 1만5000명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는 올해 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