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3개국을 순방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정부 산하 동남아시아연구소가 주최한 ‘싱가포르 렉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싱가포르 렉처는 주요 정상급 인사를 초청해 연설을 듣는 세계적 권위의 강연 프로그램으로, 윤 대통령은 통일 독트린 발표 후 처음으로 자유 통일 한반도의 의미를 전하는 연설에 나섰다.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을 위한 한반도 통일 비전’ 주제로 강연에 나선 윤 대통령은 우선 자유 통일 한반도가 이뤄진다면 이는 “북한은 물론 국제사회의 역사적 쾌거”라고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 통일 한반도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며 “가난과 폭정에 고통받는 2600만 명의 북한 주민에게 자유를 선사하는 축복이 되고, 자유의 가치를 크게 확장하는 역사적 쾌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경제적으로도 “개방된 한반도를 연결고리로, 태평양-한반도-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거대한 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에너지, 물류, 교통, 인프라, 관광에 걸친 활발한 투자와 협력의 수요가 분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대통령은 민관이 두루 참여하는 ‘국제 한반도 포럼’ 활성화로 국제사회와 함께 통일 한반도 실현에 나설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북한의 반대 입장’에 대한 질문에는 “북한에 (통일 독트린이) 위협은 전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헌법이 규정한 자유 평화 통일 추진 원칙 하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온전한 자유와 인권을 선사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국제사회와 연대해 협력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한중 관계에 대한 질문도 이어지자 윤 대통령은 “한미 관계뿐만 아니라 대중 관계에서도 ‘상호존중’과 ‘국제규범’ 원칙에 입각한 공동의 이익 추구 차원의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은 유일한 동맹국가로 대한민국 외교와 대외정책의 근간은 한미동맹에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 대해 “북한을 도와 대한민국 국군·유엔군과 싸운 역사가 있다”면서도 “이런 과거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인 차원에서 대한민국의 안보·경제·투자 등 모든 분야에서 굉장히 중요한 국가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중 경쟁’도 국제질서라는 틀 안에서 이뤄지는 경쟁이라는 점과 ‘한중 관계’ 역시 글로벌 규범 기반의 관계임을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신속·솔직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허심탄회한 외교적 논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갈등과 위기 관리의 현실적 방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싱가포르 국빈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윤 대통령은 전날에는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공급망 교란에 공동 대응하는 양자 차원의 ‘공급망파트너십약정(SCPA)’을 맺었다. 이외에도 양국은 각종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 중소·스타트업 기업 간 파트너십, 범죄인인도조약 등의 내용으로 구성된 17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동포 오찬 간담회를 끝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정상회의가 열리는 라오스로 향한다.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윤 대통령은 10~11일 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세안+3(한국·중국·일본)’ 정상회의, 그리고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에 참석한다. 윤 대통령은 남은 일정에서도 한반도 통일을 통한 국제적 자유·경제 파급효과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