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명 양보없다”vs“의료체계 개선”...쳇바퀴 돈 공개토론

입력 2024-10-1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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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왼쪽부터),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 사회자인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상임대표, 강희경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 하은진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융합관 박희택홀에서 열린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 참석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정 갈등 8개월 만인 10일 대통령실, 정부 그리고 의사단체가 의료개혁을 주제로 공개 토론에 나섰지만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쳤다. 대통령실‧정부는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증원 계획인 만큼 그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의료계는 의사 수보다는 의료 환경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에선 서울대 의대의 대표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과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 강희경(비대위원장)‧하은진(비대위원) 서울의대 교수가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를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다만 양측 모두 의료 격차‧쏠림이 심각하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 했지만, 의대증원 등 해결 방안에서는 입장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

우선 의대정원 증원에 대해 대통령실은 거듭 “충분한 과학적 근거로 도출했다”고 밝혔다. 기조발제에서 장수석은 “의사 수에서 의견 충돌을 보이지만,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은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내놓은 숫자”라며 오히려 2035년까지 실상 1만명이 아닌 2만명의 의사가 부족해진다는 분석에 근거해, 2000명은 ‘최소’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의사의 고령화로 필수의료 담당 전문의급 의사도 줄고, 모든 분야에 고루 의사가 분포되지 않는 점 등도 지적했다.

서울대 의대 측은 “의사 수가 적다고만 할 수 없다”고 했다. 발제에 나선 강 교수는 과도하고 습관적인 의료 이용 등 불필요한 의료 이용 행태를 줄이고, 저출생‧고령화 등의 흐름을 고려하면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만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필요한 곳에 의사가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1차 의료 강화, 필수의료 지원 등으로 의료체계를 다듬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또 강 교수는 “의료비용을 시뮬레이션해보면 오는 2030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6%를 써야하고, 2035년에는 20%를 쓰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의료를 잘 개선해서 억제를 하면 유지가 될 것이기 때문에 필요한 곳에 의사가 갈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고 했다.

정책 추진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양측은 부딪혔다. 장 수석은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공식화하고 추진했고, 법정 의사단체와 별도 협의체를 만들어 증원만 37차례 걸쳐 합의를 했고 발표 직전 의료계 여러 단체에 적정 증원 규모도 물었지만, 답이 없었다”고 했다. 거듭 대화에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반면 강 교수는 2020년 9월 4일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가 작성한 합의문을 언급하며 “일방 정책 추진은 없을 거라고 했는데, 아무 상의 없이 파기하신 것”이라며 “존중받지 못하니 뛰쳐나간 것인데 집단행동이라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비용 부담에 대해서도 정부에서는 건강보험 재정에만 의존하지 않고, 재정을 투입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를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서울의대 측에서는 거듭 의료체계, 의료 환경 변화 등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 모두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을 해야 한다는 데는 같은 뜻을 표했지만, 방법론에서는 서로 다른 입장을 확인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최근 논란이 된 의대 교육과정을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정부안에 대해서도 서울대 의대 측은 “교육 체계를 흔들지 말라”고 했고, 장 수석은 “그런 계획을 갖고 있던 게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집단 휴학에 대해서는 장 수석은 거듭 “휴학은 권리가 아니다”며 집단 휴학 승인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의료계에선 이날 진행되는 공개토론에 서울대 의대 측이 대표성이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부는 이날도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의료계에 18일까지 ‘의료인력 수급 추계위원회’에 참여할 위원을 추천해달라고 재차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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